새로운 화해 모색을 위한 일본 탐방
처음 간사님과 일본 비전트립 일정을 잡을 때, 가장 기대가 되지 않았던 방문처가 이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이었습니다.
굳이 코리아타운을 가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한참을 하다가 오랜 기간 재일동포 분들이 노력해서 작년 4월에 개관하셨다고 하니, 넷째 날 재일동포 사회의 오늘날을 보는 면에서 의미가 있겠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일정에 포함시켰었습니다.
그런데, 제 완전한 착각이었습니다.
관장님을 통해 재일동포 사회에 대해, 그분들이 일본과 한국, 북한 모두에게 상처받고 외면받았던 역사에 대해 들으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오뚜기처럼 일어서서 열심히 살려하는 모습들과 조국을 향한 애정과 일본사회의 여전한 편견과 핍박 속에 힘든 현실 속에 안타까워하시는 삶의 진솔한 내용을 듣고 질문하며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돌아와서 통계를 찾아보니
1) 재외동포청과 외교부 문건으로는 일본 재외동포가 2021년 818천 명, 2023년 802천 명
2) 민단에서 발표한 통계로는 현재 재일교포는 2021년 436천 명이고 조총련에 속한 이는 27천 명
3) 일본으로 귀화한 총계는 대략 379천 명 정도가 공식 자료인 거 같습니다.
관장님을 통해 이번 기행을 통해 들으며 내가 제대로 몰랐구나 하고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은
1) 1952년 '외국인 등록법'을 만들며 기존 조선인으로 일본에 살던 재일교포들의 권리를 없애고 한국과 북한을 선택하게 했을 때, 분단된 조국이 아닌 통일된 조국을 희망해 선택하지 않았던 이들이 일본정부에 의해 "조선인(조선적(朝鮮籍,ちょうせんせき))"이란 이름으로 공중에 떠 있는 이들이 2800명이나 아직도 된다는 것과(이 "조선적"을 가진 이들의 상당수가 조총련계 사람들이기에, 원래의 "조선적"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렇듯 소수라고 합니다)
2) 일본정부가 일본 내 재일교포 숫자를 줄이기 위해 북한과 연대해 적극적으로 북송사업을 1984년까지 재일 적십자사 이름으로 전개해 왔다는 것과(일본 정부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지능적으로 했음이 놀랐습니다)
3) 일본 정부가 정책을 살짝 변경해서 재일교포사회를 줄여 나가서 일본사회에 편입하게 하려는 기획으로 기존 재일교포들에게는 선거권을 주지 않지만, 귀화한 재일교포와 재일교포가 낳은 2세는 일본시민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일본화하게 하는 방식으로 재일교포 사회를 서서히 줄여가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일교포 사회에서 일본정부와 북한, 조총련의 합작으로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간 94,340명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이 아니었음도 이전에 주의 깊게 보지 않았었음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재일교포들 중 거의 50%는 고향이 제주도, 40%는 경상도, 나머지가 10% 남짓이었던 상황에서 보자면, 이 건너간 사람들 상당수도 결국은 고향이 북한이 아닌 남한사람들, 그중에서도 제주도와 경상도 출신 사람들이 상당수였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남한 사회에서는 "쪽발이로", 북한 사회에 가서도 "째포"로 차별을 받으며 이용만 당하고 있는 역사의 아픔 앞에 안타까움과 먹먹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말미에 관장님께서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이런 얘기를 하신 게 마음에 미안하게 남았습니다. 한국 국적을 선택하고 한국에 3년여간 건너와 사신 적이 있었는데, 한국말이 서투른 자신을 보고 한국 분들이 "일본사람", "교포"라 하시며 울타리 안으로 넣어주지 않아서 속상하고 힘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일본은 재일교포에서 선거권을 주지 않고 철저하게 '외국인'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태어난 자녀들은 '일본인'으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일본화시킵니다. 재일교포는 재미교포나 재중교포 등 다른 교포들과 달리 한국사람, 즉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우리 외교부에서 말하는 재외동포(일본에 나가서 사는 한국사람)인 셈입니다.
교육에서도, 방송에서도, 사회에서도 저는 이런 인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재일교포들은 일본사람도 아니고 한국사람도 아닌 공중에 뜬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오셨구나 싶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려 애쓰며 살아오고, 남과 북이 아닌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아직도 붙잡고 사는 분들도 계신 이 재일교포 사회를 좀 더 눈여겨보고 이분들과 연대하고 함께 발전해 갈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먹먹한 마음으로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