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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품을 어디까지 써야 할까?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지난번 2번에 나눠서 제조 중소기업 기획팀으로 일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거만한 바보들에 대한 내용을 잠시 다뤄봤습니다.

원래는 제가 만나며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던 독불장군 대표들에 대한 내용과 일부 겉멋이 너무 들어간 MZ 직원들에 대한 부분도 계획을 했었는데 그러면 너무 모두 까기 같아서 가장 심해 보이는 2가지만 다루고 넘어갈게요 ^^


오늘 글은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와서 일하면서 참 정답이 없구나 싶었던 것들을 몇 번에 나눠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중 오늘은 가장 고민이 되면서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해 보이는 "중국 부품 어디까지 써야 할까?"에 대한 내용을 가볍게 다뤄보려 합니다.




"이거 중국 A 공장에서는 MOQ 1,000개 기준 10,000원인데, B공장에서는 MOQ를 1500개를 해주면 5,000원까지 해준다네요."

"55인치 TV가 국내 A사는 최저가가 MOQ 30대 기준 90만원인데, 중국제 B사 제품은 MOQ 없이 35만 원에 구매 가능하답니다"

"요 부품이 국내 판매 사이트에서 최저가가 개당 8만 원인데, 알리에서는 3만원, 중국 A공장에서는 알리보다 일부 개선된 제품으로 우리 회사 로고 찍고 MOQ 300개 이상에 25,000원에 해준답니다"

※ MOQ(Minimum Order Quantity : 최소 주문 수량)




제조를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이기에 제가 있는 회사와 유사한 회사들은 새로운 제품을 보통 연구소와 함께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판매가격과 마진에 대한 부분입니다.

중소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선 투자한 개발비를 2~3년 내에 회수할 수 있도록 판매가격에 녹여 넣어야 하기에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가격들을 낮추기 위해 들어가는 부품들을 동일 기능을 유지하는 선에서는 가장 최저가로 확보할 수 있는 부분에 사활을 걸고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제조회사에 와서 생산판매회의 같은데 들어가 보면 정말 물량이 많이 구매되는 것들은 몇백원, 몇천원 아끼기 위해 심사숙고 하기도 하고, 납품의 질이 확보될 수 있는 중국 납품업체를 소개받거나 확보하는게 정말 치열합니다.


이런 회의들에 참여하면서 때로 제 스스로 질문과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아무래도 위에 언급된 것처럼 모든 것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일상적인 부품들의 구매 단가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게 많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제조 하는 부분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부품들이 상당부분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부품들일수록 중국제와 가격 경쟁력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철판과 판금 가격도 그렇고 요즘은 중국 금형 업체를 통해 복잡하지 않은 금형은 외주 주문을 하는 업체들도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도 가격차이가 말이 안되게 납니다.


저도 사업을 했던 입장에선 그 가격 차이가 너무 크기에 오랜 기간 협력관계로 잘 해왔던 업체 사장님께 의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거라 생각이 됩니다만, 현실에선 그런 부분이 더 심화되어 가는거 같습니다.


거기다 두번째로는 우리나라 제조분야의 핵심 부품들과 금형, 판금 등을 다루는 기반 인력들이 노쇠해져 가는 속도에 비해 새로운 인력이 없어 공동화 되는 부분입니다.

은퇴 앞둔 생산현장 사람들1.jpg <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현장에는 50대가 주류고, 60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

이 부분도 정말 현장에서 심각하게 느껴지는 지점인데, 소위 "금형집"이라 불리는 제조회사들이 자주 찾는 작은 규모의 실력 괜찮은 "금형"을 만드는 사장님들과 핵심 인력들이 대다수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입니다.

체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업무다 보니, 나이가 들어가실수록 퀄리티가 예전만 못한 분들은 늘어가는데, 새로운 피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흰머리가 가득한 사장님이 "내 때까지만 하고 마무리 해야지", "몇년이나 더 하겠노? 조만간 정리해야제" 라고 하시는데, 솜씨 좋은 老사장님의 뒤를 이어 기술과 사업을 이어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면, 중국에 금형과 판금 등 제조분야의 일들을 맞기는 사장님들에게 들으면 중국에 개척을 해 놓은 파트너들은 30~40대의 쌩쌩한 사람들이어서 조금만 가이드해주면 금방금방 만들어 낸다고 좋아라 하시는데,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닌거 같은데, 앞에 글에서 나온 것처럼 대기업들은 "최저가 입찰"로 푸쉬하며 가격을 깎아 대고 국내 기술자들은 노쇠해져 가고, 중국에 하나둘씩 알맹이들과 내용물들을 다 내주다보면 우리나라 중소 제조 현장은 추후 뭐가 남겠나 싶은 자괴감이 듭니다.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81

지금은 저희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조금 삐딱하게 살펴보면 중국에 부품들을 발주하고 수입해 단순 조립을 하는 '임가공'하는 업체 같은 모양새입니다.

(※ 임가공업체 : 원자재를 제공 받아 가공을 하고 완제품을 납품하는 업체)

거기다 비용을 아낀다고 아예 중국에서 조립/생산에 품질관리까지 하고 단순 수입해 유통을 하면서 제조회사로서의 정체성 마져 잃어가는 중소 제조사들이 제 주변에도 꽤 많이 보입니다.


단기간에 대안이 잘 보이지 않네요.

뭔가 완전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같은 핵심기술 장벽을 가지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이런 중국의 저렴한 부품들의 생태계를 활용해 더 많은 수익과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제조 중소기업은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수순이지 않나 싶어 막막하고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순 없겠지만, 우리 회사는 "중국 부품 어디까지 써야 하나?"(에휴~)

고민이 깊어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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