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팀
지난번 글에 이어 제조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거만한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 2입니다.
지난번 글이 대기업 경험이 있는 예전 추억의 찌꺼기들을 가지고 자신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의 열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비난하고 비판하며 분위기를 흐리는 거만한 바보 아저씨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글은 제조 중소기업에서 일해 보면서 만나게 되는 대기업 담당자들의 갑질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그 자리가 영원할 것처럼 갑질하는 거만한 바보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잘되려면 저런 부분들이 좀 고쳐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보렵니다(모든 대기업 담당자들이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제가 제조 중소기업에 와서 이리저리 만나고 보게 되는 대기업 담당자들 중 꽤 이런 이들이 여전히 많음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 이렇게 글로 남겨 봅니다)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80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위에 임원이 무조건 최저가로 다시 입찰하라고 하네요."
"거 계약서에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랑 계속 거래하고 싶지 않습니까? 따르든지, 여기서 끝내든지 알아서 결정하쇼!"
"당신네 회사 아니어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들 많소. 여기저기 연락 오고 있으니 알아서 정하쇼"
"가격 점수를 이번부터는 평가점수 중 30점으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알아서 제안서 내실 때 참조해서 제출하십시요"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듣습니까? 따르든지 떨어져 나가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고소하든지 알아서 하시고, 다시는 우리랑 일 못할 거 각오하고 하시던가"
TV 드라마에서나 보고 예전 제가 첫 직장 생활하던 쌍팔년도에서나 보던 멘트로 보입니다만, 실제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들어와서 대기업들과 상대해 보니 아직도 이런 대기업 담당자들이 많은 걸 보고 초반엔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아무래도 삼성, LG, 현대 등과 같은 기업순위 맨 위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좀 덜하겠지만, 중간이하 순위의 대기업들에서는 이런 부분이 여전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으며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삼성그룹이 93년 시작되었던 신경영 초기까지만 해도 그룹의 부회장단과 사장단의 주류 멤버들은 기획과 마케팅, 영업, 기술전문가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었고 그분들의 발언권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오너도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깨어 있었고(사생활 쪽의 부족한 등 다른 부분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자금을 관리하는 관리팀을 '견제' 성격으로 놓고 균형을 이뤄가는 방식으로 기업과 그룹이 운영될 때에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혁신들이 일어났었고 급격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너가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여러 이유들로 '견제' 역할이던 경영관리 쪽 임원진이 전면에 나서서 경영전반을 진두지휘하는 구조가 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경영진에서 기획과 마케팅의 발언권은 줄어들고 기술도 전처럼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가기 시작했었습니다.
삼성그룹이 규모는 그동안의 탄력을 받기도 했고 돈을 만지는 조직이 경영권을 쥐고 있으니 외형적으로는 급성장을 하는 모양새가 이어졌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새로운 혁신과 발전의 모티브는 다양화되지 못하고 무겁고 노쇠한, 절차가 많아지고 책임은 분산되어 둔하고 덩치 큰 공룡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삼성그룹의 변화를 따라 소위 2군 대기업들의 상당수들에서 경리와 관리의 역할에 강세를 보이는 경영관리 그룹들이 경영전면에 나서서 그룹의 효율을 조율한다는 명목하에 협력사와 외주사는 돈으로 쥐어짜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따라 하는 게 우리나라 전반에 뿌리내린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금융 IT 회사들과 디지털콘텐츠 회사에 있을 때 상대했던 대기업군에 속하던 회사들에서도 이런 부분을 많이 느끼긴 했습니다만, 제조분야로 오니 여기는 훨씬 더 심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중국의 역습이니 뭐니 하면서 나라에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기업들이 위에 예시처럼 최저가 입찰을 계속하고(입찰 평가 기준에서 100점 만점에 10점이 '가격'이기만 해도 사실 '가격'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20점 30점이라고 하면 아예 대놓고 '최저가 입찰'을 하겠다고 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신들의 최소 마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쥐어짜면 중소업체는 무조건 주요 부품을 저렴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국산화하려면 R&D 인력을 채용하고 연구개발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여해야 할 텐데, 최저가 시장에서 그렇게 계속 버텨낼 중소기업은 사장이 물려받은 재산이 아주 많아서 돈이 넘쳐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외주협력사들을 통해 진행하고 전체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연구개발과 최종 조립과 검수, 출하 정도만 가져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최저가로 이익을 최대한 뽑아내는 이러한 전략으로는 일부 대기업들과 특정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들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공멸의 길로 서서히 가고 있는 것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는 것인데도 마치 예전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왔던 멘트처럼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며 자신이 월급 받고 회사 다닐 동안만 별일 없으면 된다 식으로 하는 거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제가 회의 석상에서 만나본 대기업 임원들 중 일부와 특히 협력사 구매를 담당하며 거들먹거리는 일부 부장들의 거만한 얼굴로 위에 문구들처럼 내뱉는 쓰레기 같은 말들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미래가 참 암울하고 속상했습니다.
저도 뭐 대기업 안 다녀 본 것도 아니고... 저런 류의 쓰레기 주둥이를 가진 이들이 오래가는 걸 본 적이 없기도 하고, 그 자리가 영원할 것 같고 더 잘 나가려고 저렇게 용을 쓰지만 그 끝에는 아무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하는 초라한 인생이 있을 뿐임을 지금은 모를 거라 지금은 저렇게 잘난 체하며 업체들을 쥐 잡듯이 하고 있지만, 한심하고 불쌍할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참 작은 나라여서... 본보기로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제대로 된 대기업이 나와 주도한다면 좋은 문화로의 시장 전체적 변화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그런 변화를 만들어 줄 리더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지만 ㅠㅠ 그래도 이런 방식으로 변화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제조업계와 미래가 암울해 보여서 그런 소망을 담아 적어 봅니다.
오늘은 많이 우울한 얘기를 적게 된 셈이지만, 그래도 제가 있는 곳에서라도 중소 제조회사지만 저희 협력사들에게는 저런 갑질을 안 하고 함께 발전해 볼 방향을 열심히 고민하며 살아보자 다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