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팀
"이사님, 그래도 이사님이 우리 중에는 제일 이쪽 물을 접해 봤으니 어떻게 생각해요?"
"투자로 가는 게 맞을까요? 그냥 은행에 부탁해 대출을 더 확대하는 게 맞을까요?"
"새로운 개발에 더 투자하고 싶지만, 회사 자금으로는 더 하기 어려워요. 일단 요 상태로 사업을 전개할 순 없을까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그 정도 자금은 외부 투자가 아니면 우리 회사 컨디션으론 어려울 거 같아요"
제가 예전에 회사를 할 때만 해도 투자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막 미국식 투자모델이 우리나라에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시작되던 때였어서 투자를 받아보려고 열심히 많이 만나고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두드렸었고 그 결과로 모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은 적도 있었고, 정부 기관에서 R&D 투자자금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 덕에 그 당시에 아직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을 만들기도 했었고, 그걸로 요즘 세상이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까지 관심을 얻을 만한 기술과 서비스들을 만들어 봤었지만, 그 이상 발전하기에 중소기업으로는 후속투자를 받지 못한 채로는 너무 어려웠었고 한번 삐끗 하니 계속된 내리막길에 힘들었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제가 운영하던 회사를 접고 그 뒤에는 여러 기업에 기획팀으로 일하다 보니, 제가 다녔었고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아주 일부분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항상 자금과 인력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인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끼는 점은 투자가 오히려 10여 년 전보다 규모는 커졌지만,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방향으로서의 유연성과 기회는 매우 축소되었거나 경직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제가 겪으면서 느꼈던 기억은(제 개인적인 분야와 만남들 속에서의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라 참고로만 봐주세요 ^^;)
2008년 이전에는 개별 중소기업이나 소위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회사들이 투자를 받기에 특정분야가 아니면 한참을 설명해야 하던 시기였다면(당시 저는 핀테크 분야에 근무했었는데, 뱅킹 쪽이 아닌 분야는 투자 쪽에서 심사역분들이 아시는 분도 별로 없었고, 조성된 펀드들이 알려진 특정 분야 중심이라 딱 그 분야가 아니면 투자사에게 설명하는 게 하세월이었던 시기였습니다)
2008~2012여 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투자들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던 시기였던 거 같습니다.
이때에는 정부 정책기관이었던 기보, 신보, 중진공,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자금들도 많이 생겼었고, 규모에서도 때때로 모험적인 사이즈의 시범운영하는 과업들이 많았었습니다.
이때 이런 자금들을 통해 실패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많이 만들어져 나왔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청년창업 등으로 자금들이 집중되면서 기준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 자금 지원을 받는 것들이 점차 어려워지고, 지원 규모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는 분야에 대해서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형태로 변경되어 갔던 거 같습니다.
2015년 이후에도 이 기조는 비슷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정부에서 미는 정책과제와 사업분야가 아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은 투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게 되어 갔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운 창업기업으로 변경하거나 창업의 형태를 띠지 않은 채 기존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되어왔고, 현 정부 들어서는 그마저도 터무니없이 축소되고 분야도 좁아져서 아예 정부가 정하고 미는 분야의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니면, 그리고 창업기업이나 극초반 기업이 아니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정말 어려워진 시대가 된 거 같습니다.
제가 최근 근무하던 회사들 뿐 아니라, 각 회사들에서 만나게 된 여러 중소기업 협력사들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담보가 있거나, 회사가 매출이 잘 돌아가는 회사야 대출로 어떻게든 풀어내며 자금을 투자해 보겠지만, 그런 융자자금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건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에는 남의 얘기일 뿐이고 생존을 위해 당장 닥쳐진 상황들을 대응해 나가느라 매우 소극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중소기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전체를 봤을 때도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은 땅덩이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가 큰돈을 벌지만 영원할 수 없는 것이고 그 기업들의 노력과 역할로 나라의 한 축을 지탱한다 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서비스와 아이디어로 다음 세대의 먹거리들을 준비해 가는 움직임이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회를 열게 하는 부분도 중요하듯이, 기존 중소기업들에게도 정부가 다양한 기회의 장을 열어주면 좋겠습니다.
사실 삼성그룹이 기획과 마케팅 리더십이 강했던 때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며 성장했다가, 오너의 법적 리스크 문제로 20여 년 가까이 경영관리 리더십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모든 것을 "돈"과 "관리"로 풀어내다 보니 오늘날과 같이 겉으로는 규모가 엄청 커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관료화되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것은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너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중소기업을 살리자 하면서 보면 다 "대출"입니다. 대출을 "확대"하거나 "대출기한이나 이자를 유예"하는 방식입니다.
갈수록 돈에 휘둘리고 눌리고 묶이는 악순환을 나라가 기업들에게,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지원이라는 탈을 썼지만, 결국 망하거나 포기하고 해체하거나를 강요하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너무 무거운 얘기를 길게 썼네요 ^^;;;
암튼, 그래도 저는 중소기업 기획팀이니 부족하지만 오늘도 투자와 융자, 정부 정책자금과 관련해 경영진과 논의하며 열심히 만나고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손실이 좀 있더라도 새로운 변화와 시도에 인색하지 않고 기회를 여는데 좀 더 유연한 정부와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제가 언제까지 현역에서 일해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소기업들이 현실이 힘들긴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희망을 가지고 달려볼 수 있는 그런 사회, 실패하고 손실이 좀 나더라도 나라의 장기비전을 위해 중소기업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빌어보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
긴 투정 같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