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상하게 사장님과 친한 걸로 오해를 받네 ^^;;;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팀

by 청개구리씨

"사장실로 잠시 와 보세요"

"이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몇몇 회사들에서 일을 하는 동안 한주 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이지 않나 싶어요 ^^


저도 사장을 해봤었지만 사실 중소기업 사장은 더 외롭고 혼자 모든 결과와 책임을 떠 앉아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뭔가 말이 통하고 회사 내부의 일들에 대해서 결국 본인이 결정하더라도 물어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들 하시지요.


그럴 때 경리팀이나 회계팀은 사장님이 원하시는 일을 수행하는 수족과 같은 역할이라 결정하기 전에 고민과 같은 것은 함께 공유하고 나누기가 쉽지 않지요.

영업팀에 얘기하면 며칠 뒤에 많은 사람들에게 다 알려질 거 같고

연구소에 얘기하면 말귀를 못 알아들을 거 같고

이럴 때 가장 만만한 게 "전략"이나 "기획"의 이름이 들어간 부서의 담당자들이거나 리더를 부르게 되는 거 같습니다. ^^


요기에 공통점은 사장님이 제 의견을 정말 순수하게 구하고 찾기를 원하는 경우는 사실 얼마 안 되고 대부분 사장님이 생각하고 있는 결론과 내용을 정리하기 위함인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아요.

중소기업 사장은 정말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거든요.

속사정을 외부에 다 까발릴 수도 없고, 고민을 계속 안고 있을 수도 없고 결정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거든요.


중소기업은 한번 잘못 결정한 것으로 회사가 망하거나 무너지는 건 너무나 흔하고 쉬운 일이에요.

사람들은 결과만 보다 보니, 결과적으로 최종 모습이 잘된 것만 보지만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몇 번이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대표들은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괜찮아요"라는 답을 듣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데요, 이러저러한 방안은 어떨까요?"라며 자신이 결정하려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확실히 제지받고 싶어들 하지요.


그런 이유들로 저는 지나온 회사들의 경우, 사장실에 연구소장과 함께 가장 많이 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던 거 같아요. 연구소장이야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에 대표님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니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오가지만, 저는 실무가 아닌 부분을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곤 하지요 ^^;


그러다 보니, 몇몇 회사에서는 저를 대표 최측근으로 오해받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대표님의 개인적인 답답함을 토로할 때는 밖에서 들으면 별로 좋지 않을 거 같아서 대표이사실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밖에 있는 직원들은 뭔가 대단한 비밀얘기나 직원들 인사와 관련된 얘기들이 오가는 걸로 착각을 하는 거 같아요.


정말 때때로는 별거 아닌 얘기들과 고민들에 대한 청취일 뿐인데 말이죠 ^^;


사장실에서 회의중1.jpg < GPT 이미지가 사람이 많이 나오게 하면 이렇게 뭉개지네요 ^^;;; 사장실에서 뭐 하나 궁금해하는 직원들 모습입니다 >




중소기업 기획팀에서 살아남으려면 "듣는 맷집"과 "요약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듣는 맷집" 이란 대표이사를 포함,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적절한 추임새와 함께 잘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역량이라 생각합니다. ^^

나이를 들어갈수록 사람들은 아는 게 많고, 자신만의 경험들을 많이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생활을 하면서 볼 때 중간에 못 견디고 말을 툭 끊거나 자신의 주장을 분위기파악 못하고 계속 끄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중소기업 사장들일수록 고객 갑들에게 많이 시달리고, 금융기관에 시달리고, 정부기관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스트레스가 항상 많이 쌓여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회사 안에서라도 생각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얘기하고 싶고, 누군가 잘 들어주길 원하는 마음은 당연할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대표들의 소리들을 잘 못 견디고 끊고 훈수를 두곤 합니다. 본인의 생각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표의 입장에선 기분이 상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일정이상 직급이 올라가면 이 "듣는 맷집"이 좋은 이들이 잘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 능력을 잘 배양해서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인정받고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동료가 되시기 바랍니다 ^^


"요약하는 역량"이란 중소기업 기획팀 직원에게 핵심적으로 필요한 역량 중 하나입니다.

요즘 여러 회의록을 글로 만들어주고 요약하는 앱들이 나오고 있고 AI를 이용해 더 다양하고 편리하게 풀어낼 수 있는 도구들이 나오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그 요약글들과 객관적인 자료들을 활용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아니 대표이사가 사실 알고 싶어 하는 핵심 내용으로 요약해 주는 역량이 기획팀의 핵심역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하루아침에 늘거나, 뭔가 수식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저도 3만 원짜리 Chat GPT 비서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잘 활용하고는 있습니다.

이 친구를 고용하기 전에는 몇 시간 노력을 들려 자료와 정보를 취합하던 것을 이제는 기본으로 깔고 정리할 수 있어 너무 편하고 좋기는 합니다.


GPT를 메인으로 해서 몇몇 다른 AI 도구들도 활용합니다만, 사용해보다 보니 그 내용들을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정말 필요한 핵심 내용으로 뽑아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인 거 같습니다.

물론 언젠가 그런 역량까지 올라간 AI비서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때에도 다각적 인사이트를 조합해 우리 회사에 지금 필요한 내용으로 정리하는 건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역량인 거 같습니다.


대기업 기획팀은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고 인원도 아주 많기에 세분화해서 움직이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역량 있는 기획팀의 역할일 거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요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쓰는 방식에 대해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keyword
이전 03화이상하게 관리팀과 친하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