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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을 어찌할꼬?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

by 청개구리씨

제조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의 근간이라고 사람들도 얘기하고 여기저기서 다들 인정합니다만, 실제 와서 일해보니 말뿐이고 정부와 정치하시는 분들이 과연 중소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 싶은 자괴감과 회의가 생길 때가 많은 거 같습니다.


마치... "배고픈데 쌀이 없으면 빵 사 먹으면 되지"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라고 말들은 많지만 새로운 것들을 실행하고 뭔가 선행을 하기엔 부족하고 열악한 중소 제조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놓고 그렇게 못하면, 이렇게 저렇게 지적질들은 많이 하지만 정작 아무도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습니다. 좀 암울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며 노력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음을 세상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고,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오늘은 '가장 고민이 되면서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해 보이는 이야기' 두 번째로 52시간에 대한 이슈를 제조분야 중소기업 측면에서 몇 자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감안하고 봐주세요. 제가 이쪽 분야에 와서 만나고 알게 된 회사들의 내용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일부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


먼저 번 첫 번째 이야기는 "중국 부품을 어디까지 써야 할까?"였고 오늘 글은 두 번째입니다.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82




"옛날에는 필요한 부분은 자발적으로 철야도 하고 했지만, 지금은 막내도 고참부장도 그런 거 없어요. 칼퇴입니다!"

"엄청 바빠요. 사람이 너무 부족해요... 근데, 6시네요 퇴근합니다~~~"

"30분 더 근무해도 추가근무일지를 작성해서 청구해요. 자기들 담배피며 중간중간 농땡이 부린 건 얘기하지 않으면서 저렇게까지는 너무한 거 같아요 ㅠㅠ(관리팀 직원 왈)"

"공장에 밥 먹고 1시에 출발해 2시 도착, 4시 반이면 딱 맞춰 출발해 6시에 사무실 복귀, 바로 퇴근해요. 이건 너무하지 않아요?"




모든 제조분야 중소기업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위의 이야기들을 각 중소 제조회사들의 관리팀이나 경영진들에게 많이 듣습니다.


저는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제도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내세운 목적은 "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근로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주 5일 근무로 쳤을 때, 8시간씩 근무인 40시간에 12시간까지 목적이 있는 야근을 허락하는 즉, 하루 최대 10시간 정도의 근무가 가능한 제도여서 이 정도가 부족하다면 예전 제가 사회 초년생때 하듯이 하루 12시간 근무체제나 12시간 2교대 근무 같은 걸 얘기하는 건가 싶고, 충분히 이 정도 내에서 경쟁력 있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생각을 했었습니다.


염전노예처럼 하루 14시간씩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뺑이 치게 하거나, 예전 노동집약적인 섬유노동자들이 12시간씩 교대하는 게 아닌 일반 직종은 충분히 52시간 내에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랬는데, 와서 일해보니... 2018년에 이 제도가 도입되었으니 이제 7년째 들어선 제도인데 충분히 좋은 취지로 도입한 이 제도가 몇 가지 문제점들이 보였고, 그 문제점들이 꼬리를 물고 다른 문제들을 일으키고 악순환이 생겨나는 것들이 보였습니다.


몇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법안이 시행되면서 이전에도 있었지만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던 야근과 추가 근무에 따른 별도 수당이나 식대지급과 같은 것들이 기업측면에서는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추가 비용 부분이 기업측면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이슈가 되게 된 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외국계 기업이나 이런 근로형태가 일반화된 선진국, 예컨대 미국의 경우를 들자면 이런 근무에 대해 아주 철저하게 관리하고 추가근무수당도 확실합니다만, 대신 근무관리도 아주 철저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외국계 기업 직원의 경우도 그렇고 미국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근무시간 중에 우리나라처럼 차 마시고 담배피고 노닥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업무처리를 제때 처리하기 위해 점심도 샌드위치 같은 걸로 때우고 근무시간 중에 집중해서 일하고 시간이 끝나면 깔끔하게 딱 정리하고 일어나 퇴근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일부야 다르겠지만, 제가 본 대다수의 기업들은 연령대도 높고 관행처럼 쉬는 시간에 수시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시간들이 많아 외국기업에 비하면 Loss가 작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주들 입장에선 평소 근무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고(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측정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저녁 먹고 반복 야근하는 부분에 대해 과연 야근이 필요한가?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의 경우도, 제가 생각하기엔 젊은 시절엔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기술을 배우고 낮에는 열심히 일하되, 남아서 생각도 정리하고 필요한 기술이나 업무 공부를 좀 더 하고 하는 부분이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할 거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없어져 버린 거 같습니다.


오히려 나이 든 선배 직원들이 젊은 직원들에게 칼퇴가 아니면 수당을 청구하도록 칼같이 이런 부분은 챙기게 하면서 후배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성장하는 데는 별 관심을 두지 않다 보니 젊은 직원들도 이런 부분은 금방 동화되어 약간이라도 더 근무시간을 넘기면 수당을 칼같이 챙기되, 더 공부하고 배우고 실력을 쌓는 부분에서는 소홀한 모습을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이렇듯 사업주도, 나이 든 직원과 젊은 직원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본 취지보다는 "추가 비용과 추가 수당" 측면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이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 중 하나인 "근로자의 근로환경은 개선"은 되었을지 몰라도 "근로 생산성을 유지하는 부분에서는 퇴보"하는 악순환이 우리나라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의 당면한 큰 문제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반도체 부분에서 대만회사들과 중국 회사들에 뒤쳐지다 보니 반도체 회사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니, 52시간 예외 업종을 지정하니 마니 하며 정치권에서는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만, 대기업의 문제는 선도적인 핵심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R&D 투자로 차별화해서 풀어내야 할 문제입니다.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사업의 R&D 문제를 52시간 틀로 이슈화해서 노동집약적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는 방식도 참으로 웃기고 옛날스러운 사고방식이라 한숨이 나옵니다)


오히려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의 실상을 고민하며 장기적으로 기업과 노동자들의 근무 방식과 운영방식에 대해 꾸준히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시급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개별 중소기업들과 노동자들이 알아서 제도를 따라오라 라는 방식으로 법을 만들고 규제만 만들어 처벌하고 엄포는 했지만, 실질적인 시행과 발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꾸준한 개선과 노력이 없이 현재와 같이 운영되게 방치해 둔다면 글쎄요...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종사자들도 점점 더 개인의 경쟁력이 없어져서 함께 공멸의 길로 가지 않을까요?


어느 이상한 분이 얘기한 것처럼 "100시간 근무할 수 있어야" 같은 미친 사고도 문제지만, 제대로 경쟁력 있는 근로환경이 되도록 하는 부분에서 나라와 정치권에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노력해서 우리나라 제조분야 중소기업들과 근로자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으며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일보할 수 있도록 함께 꾸준히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장 답이 보이지 않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 이렇게 또 적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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