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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Dec 18. 2023

산타할아버지에게.

동심을 지켜주는 것. 

내 기억에 나의 산타는 중학교 2학년까지 존재했다. 


나의 동심이 그렇게까지 순수해서는 아니었다.

유치원을 다니던 어느 날 장롱 속에 그토록 애타게 갖고 싶었던 인형세트를 발견했던 날. 

장난감을 언제 주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산타가 같은 선물을 줬던 날. 

그날 밤 집에 와서 열심히 찾았지만 그 선물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산타가 엄마, 아빠임을 일찍이 알아버렸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나의 순수함을 믿었다. 

그 시절 유치원생이 "산타는 엄마아빠예요."라는 걸 일찍 깨달을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래도 나는 중학교 2학년까지 크리스마스이브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고 어김없이 아침엔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있었다.

난 그저 좀 더 오래 선물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아침마다 기뻐하며 엄마아빠를 깨우고 나면 아빠는 나보다 더 기뻐하곤 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설마 부모님이 정말 내가 산타를 믿는척하는 걸 몰랐을까?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셨겠지. 

그렇게 우리의 크리스마는 서로가 서로의 동심을 지켜주고 있었나 보다. 





부모가 되고 나니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준다는 것은 마치 사명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동심을 지키며 순수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거짓 없이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12월 한정이긴 해도 잔뜩 어지르고 놀다가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며 갑자기 정리를 하는 모습이, 울면 안 된다며 형제끼리 투닥거리다가도 참느라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누르며 울음을 참는 모습이, 골고루 먹는다며 먹기 싫은 야채도 두 눈 꼭 감고 용기 내어 먹는 모습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이 순간순간을 영원히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더니 한동안 한글공부가 싫다며 도망만 다니던 6살 둘째 아이가 갑자기 한글공부를 해야 한다며 열심히였는데 그 모습이 기특하고 예쁘게만 생각했는데 아이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한주에 한번 있는 방문미술 수업을 마친 날 저녁. 

잠들기 전 아이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겉면에 '산타할아버지에게 '라고 적혀있는 카드는 수업 때 만들었는지 트리와 막대사탕등이 멋지게 그려져 있었다.

편지를 받아 들고는 자는 아이를 뒤로하고 나와 편지를 읽으면서 차마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너무 귀여운 편지에 주저앉아 킥킥 거리며 웃었다. 한참을 웃고 나서는 눈물이 났다.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맞지 않았지만 간절한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런데 제법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난 사진작가가 될 거야!!"


며칠 전 아이가 제법 의기양양하게 외친 말에 이미 카메라를 구입해 둔 터였다.


포장까지 마쳐두었는데 저렇게 편지까지 써버리니 선물을 새로 사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하는데 유치원에서 알림장이 왔다. 산타행사를 위해 가정에서 선물을 하나씩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고민 없이 사두었던 카메라를 보내고 편지에 쓰여있는 로봇을 주문했다.


운이 좋게도 특가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무시 못할 가격이긴 했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미소를 기대해 본다. 


설마.... 아이도 나처럼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동심이라는 게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것인지 아이가 아이의 동심을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을 지키는 것인지 아직 부족한 부모인 나로서는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그저 바라본다


내 아이의 동심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지켜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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