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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Jan 17. 2024

사람을 뭘로 보고...

돈 없어서 못 낳는 거 아니라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0.7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숫자라고도 하고 외신이 대한민국의 출산율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느니 하는 뉴스도 보았다.

출산율은 왜 자꾸 줄어드는가?

개인주의가 강해서? 결혼을 하지 않아서? 돈이 없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절대적으로 말할 수 있다.

키. 우. 기. 힘. 들. 어. 서이다


경제적인 고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는 약자다.

아이와 함께라면 식당에 가서 밥을 먹다가도 아이가 울면 눈치를 봐야 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도 7시까지 운영된다는 말이 무색하게 5시 반만 넘어도 늦은 하원 취급을 받는다.

어쩌다 일이 늦어 6시 반쯤 헐레벌떡 데리러 가면 우리 아이가 마지막에 남아있고 아이손을 잡고 나온 선생님은 이미 퇴근준비를 마친 채 외투까지 다 입고 우리 아이와 함께 원에 모든 불을 끄면서 나오는 경험. 나 역시도 겪었고 맞벌이 엄마들이라면 가지고 있을 법한 일이다. 

학부모 상담이나 운동회니 이런저런 학부모 행사들 때문에 반차 월차를 쓰다 보면 회사에서 눈치가 보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부모 중 한 명.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게 경단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월 100만 원을 주네 집을 사면 대출이자를 싸게 주네 하는 등의 혜택을 늘어놓는 다자녀 정책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지만 정작 현재의 아이들이 그리고 그 부모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돈? 그래. 다자녀가정으로서 요즘 그렇게들 퍼준다는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2024년이면 만으로 8세, 6세, 4세가 되는 삼 형제를 키우는 요새말로 다자녀가정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애국자네~!" 라며 치켜세우다가도 요새 애들 키우는데 힘들다고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면 "그러게 누가 셋이나 낳으래?" 라며 빈정댄다.


외벌이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맞벌이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하교, 하원 후 학원을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원하는 것들이 달라졌다.

어릴 때는 기저귀와 분유, 물티슈값 정도였지만 이제는 장난감 로봇 학용품,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것 등 각각 원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아침에 정신없이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종일 회사에서 일하다 집에 아무리 일찍 들어가도 7시.

겨우 아이들을 마주했건만 안아주고 사랑해 줄 시간은 부족하다.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운뒤 집정리를 대충이라도 하고 나면 12시는 우습다.

자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벌어야 학비며 식비며 장난감이며 아이들 학원비며 들어가는 돈을 충당할 수 있다. 그러니 더더욱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다. 이게 진짜 생계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맞벌이건만 뭐만 하면 부부합산소득이 6천 이상이라 안된다. 라며 해당되는 게 없다. 

합산소득 6천이면 월 500 세금을 공제하면 450 정도이다.

주변만 대충 둘러봐도 40대 맞벌이 부부의 평균 소득은 월 600은 넘는다. 이것도 중소기업 기준이다.


그래 좋다. 사실 딱히 바란 적도 없긴 하다. 


몇 년 전 아파트를 하나 매입했다.

세 아이를 키우며 2년마다 집주인 눈치 보며 연장하고 이사 다니는 삶이 불안했다. 

형편을 맞추느라 좋은 동네는 엄두도 못 냈다. 찾고 찾아 변두리의 매입당시는 2억이 조금 넘는 작은 아파트를 구했다.

그나마도 대출이 절반 이상이고 실제로 내 돈은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대출여부와 상관없이 매매가가 2억이 넘기 때문에 모든 재산기준을 초과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분명 나보다도 부유하고 소득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나는 못 받는 자녀장려금이니 근로장려금이니 하는 것들을 받아대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짜증이 나긴 한다. 


마치... 저소득층 임대아파트에 외제차가 즐비해있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지원 많이 나오겠다!" 


현금을 퍼준다는 다자녀정책 뉴스 때문인지 우습게도 사람들은 우리 집이 다자녀라는 말에 나라에서 대단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액수조차 동일하게 마치 짠 듯이 100만 원쯤은 매달 지원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100만 원이라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나조차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냥 티브이에서 매일같이 뭘 준다고 하니 그 정도는 받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서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뭐만 하면 애 키우게 무슨 유세냐며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을 나라돈을 낭비하는 사람들처럼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朝三暮四(조삼모사)

원숭이에게 먹이를 줄 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하니 그러면 아침에 배가 고프다 아우성이라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주겠다. 그러면 아침을 저녁보다 한 개 더 많이 먹는 것이다"하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한 저 이야기를 나는 출산정책을 듣는 순간 떠올렸다. 


아이는 사랑만으로 자라지는 않는다. 먹고 입고 배우는 모든 과정에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돈을 준다고 한다. 출산 시 월 100만 원의 금액을 1년간 지원한다. 1년이 지나면 50만 원씩을 주고 이런 혜택 저런 혜택 많기도 하단다.


그런데 아이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저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주는 보상일 뿐이다.

그러면 그 산모는 그 보상으로 행복할까? 당장은 좋을 수 있을 거다. 돈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세상에 대가 없는 보상은 없는 법이라는 거.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건 출산장려금을 몇백만 원 준다고 아이를 낳는 바보는 없다는 거다! 

만약 있다면 그건 부모가 되어선 안 되는 거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과 그 아이가 제 인생을 찾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해마다 지원이 감소하는데 출산장려정책의 지원금은 자꾸 늘어만 간다.


낳는 것이 집중되고 키우는 것에 소홀해지는 이 정책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건 나뿐일까. 


원하는 것은 이 나라의 희망이 되는 어린이지만 태어난 후엔 그렇게 낳기만 하면 다해줄 듯이 굴던 나라는 어디 가고 오로지 부모의 몫이 된다.


부모는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아이의 작은 실수 하나하나에 비난을 받기도 하고 온갖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보호해 가며 말 그대로 인생을 갈아 넣는다. 

그러니 그런 부모들의 희생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아이 낳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자녀는 낳고 나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그걸 알지 못할 때는 나에게 나 자신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으니까!


아이는 낳는 것 못지않게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나라 출산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당장 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서 장차 이 나라를 이어나갈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산정책은 당장 얼마간의 돈이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다양화와 프로그램의 확장, 인성 바른 교사,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부모도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지 않고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야 낳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니 부디 조금 더 어른다운 생각으로 만들어진 어른다운 정책이 나타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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