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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Jul 24. 2023

말보다 글로 전달되는 것들.

주목받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의 이야기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부족함 없이 전달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

어딜 가든 주목받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 그런가 하면 있는 듯 없는듯하고 하는 말마다 주목받지 못해서 이야기의 흐름이 언제나 끊기게 되는 사람도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존재감도 작고 뛰어나지 못한 사교성에 언변도 그리 좋지 못해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종종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다.

내 이야기의 허리를 누가 잘라먹으면 내 이야기는 거기서 끊기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이야기는 결론 없이 흐지부지 사라지고 어이없게도 그런 말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돌아 오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이런 것이 속상하고 서운해서 굳이 끊어진 이야기의 허리를 붙들고 꾸역꾸역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내게서 멀어진 관심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는 이야기는 안 하니만 못하다.


이따금씩은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끊기면 끊기는 대로 그냥 두었다. 포기랄까.

듣기만 하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것의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복장이 터진다. 

나는 그게 아닌데 반박해 봐야 어차피 묻혀버릴 거라고 으레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또 그런대로 오해를 산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 톡으로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너무 가벼운 느낌이다.

그래서 몇 번인가 편지를 적기도 했다. 편지의 장점은 담담히 내 이야기를 끝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요즘 같은 시대에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착한 편지는 답신이 없다. 


나는 포기가 빠른 편이라 이래저래 하다 안되면 쉽게 내려놓기도 한다. 참 줏대 없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욱해서 뱉어져 나오는 말들보다 감정절제가 가능하고 쓸모없는 말들을 피해 정갈하게 정리하여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오해의 소지 없이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전달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다툼 후에 적는 글은 그 장점이 더 또렷하게 나타난다.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혀지기도 하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또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내가 하고픈 말을 허리 잘릴 걱정 없이 끝까지 적어 내려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서론과 본론 결론에 이른다.

서론이 길면 지루하지만 서론 없는 본론은 과격하고 본론 없는 결론은 공감되지 못한다. 

너무 길거나 지루한 서론에 지칠 법도 하지만 중요한 건 뒤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나의 본론이 오해 없이 전달되어 공감되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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