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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ug 08. 2023

딱 그만큼의 여유

돈은 항상 없는 것. (-1,0,1)

남편 회사에서 휴가비가 들어왔다. 예상치 못했던 수입이다. 


남편은 신이 나서 내 계좌로 휴가비를 보내며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이번 휴가 때 맛있는 거 많이 먹자!"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없을 땐 없는 대로 있으면 없는 것처럼 살아야 대비가 가능하다고!!


요번처럼 여윳돈이 들어오면 씀씀이가 조금 너그러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간 펑크 났던 곳을 메우는 데 사용한다. 

그러고 나서도 조금 남아 "아~ 남았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매우 위험하다.




 띵동!! 소식 듣고 왔어요!!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오래된 나의 친구 2010년식 아침이(차종이 모닝) 엔진오일 교체시기가 훌쩍 지나 카센터에 들른 참이었다.


여기저기 많이 상하고 볼품없지만 그래도 실용성이 좋고 아직 쌩쌩해 우리 집 패밀리카보다 더 애용하는 나의 세컨드카였다. (비록 뒷문이 고장 나 안 열리긴 하지만...)


차를 맡기고 한가롭게 한국 전통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멍하니 사무실의 tv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내 차 앞에 매달려 끙끙거리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갔더니 보닛이 열리지 않는단다.


"그럼 서비스센터로 갈게요." 했더니 이미 엔진오일을 다 빼버렸단다.


엔진오일을 빼고 필터를 갈아 끼우고 이제야 보닛을 열어 오일을 넣으려고 하셨다는데 그 이상한 순서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래. 설마 하니 안 열릴 거라고 상상이나 하셨겠나 싶기도 해서 그만둔다.


그렇게 30분이면 끝날일정이 2시간으로 늘어버렸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끙끙거리시더니 결국 여는데 실패한 사장님을 뒤로하고 견인차에 올라탔다. 엔진오일 한 방울 남지 않은 차에 시동을 걸 수는 없었으니까.


견인차에 올라타자 묵은 담배냄새가  훅 끼쳐왔다. 컵홀더에 꽂힌 종이컵에 언제부터 폈는지 모를 담배꽁초들이 수북했다.


도착한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고 돌아서니 2시. 수리가 끝난 시간 6시.


소중한 휴가 중 하루가 자동차수리로 날아가버렸고 남겨진 건 더 무시무시한 수리비였다. 



거기에 부가세까지... 무섭기도 하지... 


생각해 보니 딱 6개월 전에도 발전기고장으로 딱 요만큼 잡아먹은 기억이 난다. 


분기정산인가?  나이를 먹으니 돈 들어갈 곳이 점점 생기는 것이.... 그래. 사람이나 물건이나 똑같구나.


눈물을 머금고 결제하고 돌아서면서 잠시 오랜 내 친구 아침 이를 원망했다. 하지만 무슨 죄가 있겠는가 10년이 넘도록 열심히 달린 것뿐인데. 


내일부터 또 열심히 나를 위해 달려주겠지.




세상일은 참 신기하다... 좀 남는다 싶으면 이렇게 딱 고만큼의 돈이 나갈 일이 생겨 좌절하고 있노라면 또 언젠가는 돈 때문에 전전긍긍할 때 딱 고만큼의 여유가 생겨버린다.


결국 -1 , 0 , 1 그 사이. 결국 0이다.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말하기를 돈은 계속 없는 것이라 하더라. 


그래도 나의 삶은 나아가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오늘은 이렇게 떠나간 여유가 살다 보면 한없이 부족한 날 딱 그만큼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



사람 죽으란 법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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