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다 Aug 10. 2023

도깨비와 망태할아버지.

도깨비 온다!! 
망태기할아버지가 데려간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면 "안돼!" 하고 무서워서 이불속으로 숨던 기억이 얼핏 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도깨비는 어렴풋이 알아도 망태기할아버지는 뭔지도 모르는데 뭐가 무서웠을까.

 내가 크던 시대에는 리어카할아버지는 있어도 망태기 할아버지는 없었으니까.


자라서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아~ 저게 망태할아버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지금은 도깨비 하면 배우 '공유'가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에게 도깨비는 여전히 훌륭한 이야깃거리다.


둘째가 두 돌 때쯤 되었을 땐가. 단 한 번도 도깨비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건만 어느 날 밤에 하도 잠을 자지 않기에 "너 빨리 안 자면 도깨비가 온데!" 하고 말을 했더니 도깨비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이불속에 쏙 숨어들어 내 팔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옳다구나!!"


그 뒤로 몇 번인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을 때 도깨비이야기를 해주면 효과는 만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뉴스를 검색하다가 도깨비어플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받아본 어플은 도깨비와 전화를 연결하는 어플이었는데 녹음된 멘트가 무서운 목소리로 나올 뿐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관된 기사로 일부 아이들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나와있었다. 


그 기사를 보고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덕분에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동화책을 읽거나 노래를 불러야 했지만 그래도 잠드는 순간이 행복해야 좋은 꿈을 꿀테니까. 




어느덧 아이들이 자라 제법 말대꾸도 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도깨비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닌 듯했다. 

잠들기 전 언젠가부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공주 왕자 동화 말고 도깨비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아는 이야기가 없었기에 얼마 되지도 않는 상상력을 쥐어짜며 도깨비동화를 지어내야만 했다. (은비까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옛날옛날에 산골짜기에 아기도깨비가 살았는데~~~"


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온갖 도깨비가 나타났고 그 어설픈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잠이 들기는커녕 졸린 눈을 비벼대면서도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그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애초에 목적은 재우는 것이었는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자 이제 자야지!!"

한참을 떠들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말하면 "하나만 더!"라고 졸라댄다.

아이들과 몇 번의 실랑 이후에 내가 안 되겠다 싶어 "망태기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장난스레 "으악~!" 며 이불속으로 쏙 숨어들더니 금세 쌔액쌔액하고 잠든 숨소리가 난다. 

잠깐새에 잠이 드는 것이 적잖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잠든 아이들을 보고 돌아서는데 문득 "얘네가 망태할아버지를 아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알리가 없지.

피식 웃음이 난다.

어쩌면 '망태할아버지'가 아니라 '잡아간다!'라는 말이 더 무서운 말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아빠가 지켜줄 테니 걱정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작가의 이전글 딱 그만큼의 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