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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ug 04. 2023

무교인 내가 방생을 가는 이유

한 달에 한 번씩 방생이라는 걸  한다.


방생은 살아있는 생물을 놓아주는 일을 말하는데 지극히 불교적인 의식으로서 공덕을 쌓는 행위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종교가 없다.


처음 방생을 시작한 건 그냥 엄마를 위해서였다.

우리 엄마의 종교는 정확히 모르겠다. 추측으로는 불교와 무속신앙 그 어디쯤이 아닐까.


언제부터였는지 엄마는 방생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한동안 여기저기 아프다 아프다 하시더니 하는 일마다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때부터였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어떤 때엔 달에 두어 번, 아무리 바쁘셔도 달에 한 번은 꼭 다녀오시곤 했는데 좋은 일이 생기면 "방생 가서 열심히 빌었다"라고 하셨다.


내 육아를 도와주시게 되면서부터 한동안 방생을 가지 못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작은 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시기 시작했다. 

다시 방생을 가야겠다고 말씀하신 건 첫째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아버지와 두 분이서 다니시더니 첫째를 가끔씩 데리고 가기도 하셨다.




너도 같이 가자.


엄마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표정에서부터 이미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서 도대체 무슨 기도를 하는데?" 내가 묻자 "별거 있나? 그냥 우리 가족 건강하고 너 잘 살라고 하는 거지." 하고 웃으실 뿐이었다. 


모처럼 쉬는 날 차로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 연세도 있으시니 운전하시는 것도 힘드시다는 엄마말에 그럼 운전만 해드리겠다며 투덜대면서도 따라나선 건 워킹맘인 나를 대신에 낮동안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엄마에 대한 나름대로의 작은 보답이었다. 


그렇게 처음엔 두 분이 이제는 우리 가족 5명 모두 다 같이. 


그렇게 7명의 월례행사가 시작되었다.


정해진 날짜는 없었다. 그저 쉬는 날 음력으로 달에 한번. 


방생은 개인 사찰에서 하는 것이었는데 일정금액을 내면 물고기 한 마리를 내어주었고 정해진 자리에 가서 기도를 하고 물고기를 놓아주는 식이었다.


무교인 나는 이러한 행위와 믿음들이 그저 미신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도를 마치고 나면 엄마의 표정이 편안했고 엄마의 마음이 평안하다면 그 가치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절의 옆으로 긴 산책로와 넓은 공원은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았다. 


<맑은 날 아빠랑 킥보드>


기도를 마치고 나면  날이 좋을 때 연날리기를 하기도 했고 봄이 지나 여름초입에는 나비 같은 것들을 쫓아다니며 놀기도 했다.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그저 산책하듯이 걷기도 했다. 


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치를 잡아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온 동네 여치들을 다 잡을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할머니가 잡아준 여치 구경>


그렇게 하루하루 즐겁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하루가 행복해졌다.


그리고 어설픈 자세로 물고기를 놓아주던 나도 엄마가 그랬듯이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제법 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방생 자체가 바람을 이루어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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