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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ug 23. 2023

신앙의 가치관

스스로 선택하는 삶과 가치관에 대하여

종교는 다소 예민한 문제다.


어떤 사람들에게 종교는 부모님과 가족보다도 우선한다. 그래서 종교는 실제 하지 않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녔다.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



한참 들썩이던 시기를 지나 뒤늦게 드라마를 몰아보다 이사라의 대사가 콕 박혔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한다. 드라마일 뿐이지만 극 중 사라의 그 믿음은 진심일 것이다.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배우고 자랐으니 그것이 사라가 가진 세계관이고 그렇기에 죄책 감 없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무슨 죄를 저질러도 기도하고 회개하면 구원받는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도덕과 윤리, 법과 질서는 개나 줘버리라지.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모태신앙이라던지 아니면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종교적인 집단에 속하게 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30년쯤 된 아주아주 오래전 일이다. 


누가 그랬는지 그 아이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마치 사진의 한컷처럼 그 악에 받친 눈빛과 칼날 같던 목소리가 기억난다.


평소와 같은 수업이었다. 별다를 것도 없었다. 

손을 들고 발표하면 받을 수 있던 칭찬스티커 한 장.  

벽에는 반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칸이 빼곡했고 내 이름이 적힌 칸에 칭찬스티커를 가득 채우는 것이 기쁨이었다. 


가끔 선생님이 주제를 주면 손을 들고 생각을 말하곤 했다. 그날은 아마 진화였던가보다.


한 친구가 진화는 틀린 이야기라며 인간은 신이 만든 것이다. 신이 이 세상 모든 걸 창조했다. 라며 확신에 차 이야기했다.(특정신을 지칭하지는 않겠다.)

수긍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고 반대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또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고 나 역시도 그랬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지금 세상은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과학이 발달된 지금도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똑똑한 척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는 벌떡 일어나 나를 쏘아보더니 그 아이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아니야!! 신이 만드신 거야!! 넌! 반드시 지옥에 갈 거야!!"


정말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내 머리에 남은 기억사진이다. 

그 아이의 눈빛은 정말 날 죽일 것만 같은 기세였다.





나는 무교다. 


애초에 신화 같은 것들은 그저 동화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철석같이 믿는다던 산타클로스조차도 믿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선물 받는 재미가 있어 초등학교까지 믿는 척을 하고는 내가 받고 싶은걸 넌지시 부모님 앞에서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속아주셨겠지. 


나에게 교회란 어린 시절 유치원 대신 다녔던 선교원(어린이집 대신)과 국민학교시절 옆집 친구 따라다녔던 교회의 여름캠프의 기억이 다였다.(그저 바닷가에 놀러 간다고 해서 따라갔던 것이다) 고등학교도 미션스쿨이었지만 단지 머리를 기를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선택했고 그건 내 중학교 3년간의 어울리지도 않는 똑 단발의 한풀이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아침마다 방송으로 예배를 봤다. 

토요일마다 종교수업을 듣었고 형식적이지만 매주 한번 선생님이 나눠주던 노란 봉투에 헌금도 냈다.

부활절엔 3일간 수업도 없이 8시간 내내 예배를 보고 꼬박꼬박 예쁜 달걀도 만들었지만 그 3여 년간의 시간을 보내고도 난 전도되지 않았고 졸업때 해준다던 세례도 마다한 채 졸업했다.

내게 부활절은 달걀 먹는 날 크리스마스는 선물 받는 빨간 날이고 산타클로스는 부모님이다. 


성당은 그냥 예쁘게 미사포를 쓰고 그림처럼 기도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해본 적은 없지만 TV에서 예쁜 여자연예인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저 한 번쯤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불교라고 하면 수학여행 때 갔던 경주의 불국사가 떠오르고 아! 108배를 꾸준히 하면 다이어트가 된다고 해서 했다가 힘들어 포기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스님을 인간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식견으로 불교와 다른 종교의 차이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종교는 어떤 대상을 신 그 자체로 섬긴다면  불교는 부처님을 모시긴 하지만 신이라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은 성인을 존경하는 느낌이랄까. 말하자면 롤모델 같은 느낌이다. 


또, 길 가다 보면 무작정 아무나 잡고 "조상님이 은덕이 많으세요!!"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편이라 잘 모르겠지만 친구 중에는 실제로 끌려갔다 온 사람도 있었는데 무슨 제사에 대한 이야기만 한참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의 외조모 두 분은 모두 무속인이신데 그래서 더 모르겠다.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무교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보이지 않는 것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으니까. 


어딜 가나 똑같다. 그냥 좋은 말은 기분 좋게 듣고 안 좋은 말은 흘려듣는 거지. 


이렇게나 믿음이 없는 채로 자란 나를 보고 누군가는 이런 나를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아닌가. 

무교도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때 그 어렸던 아이가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나에게 악담을 퍼붓기까지는 어른들의 역할이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것이 올바른 신앙이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이따금씩 급하면 나조차도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천지신명님을 부르곤 하니까. 


나는 단지 어린아이의 선택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모태신앙은 말 그대로 부모의 신앙이 뱃속부터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모태신앙이어도 신앙이 깊지 않은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스로의 자아가 성립되기 전부터 마치 숨 쉬듯이 신앙을 가지게 된다. 


자율성을 가진 올바른 방향의 건강한 신앙이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종교가 있다. 그중엔 우리가 사이비라고 부르는 이상한 단체들도 포함된다.

그 종교가 사이비라고 해서 그 믿음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또 문제다.


얼마 전에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가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종교에 매달리게 되었을까? 그들의 믿음은 스스로 믿음을 가지는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빠져들면 자신은 물론 지인과 가족, 자녀까지 그 구렁텅이 속으로 함께 던져 넣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옳음' 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식''옳음'의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다. 


정말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단지 믿음이 맹목적이고 절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이름에 "참 잘했어요" 칭찬스티커를 붙이듯 그 사랑의 깊이가 정해지는 걸까? 






신앙을 가진다는 게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힘들도 지칠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롯이 내가 존재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 뒤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내 삶이 될 수는 없다.


그 믿음과 신앙 그 어떤 것이든 강요되거나 주입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으로 판단력과 의지 자아를 갖춘 후에 스스로 선택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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