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다 Aug 25. 2023

애들한테 배울게 많다.

"아유! 뭐 하는 거야!"


잠시 프라이팬을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남편이 음식을 싹 태워먹었다.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잔소리를 하자 남편이 큰 소리로 앓는 소리를 내며 아들을 불렀다.


"아야아야!! 엄마가 아빠 때린다!!"


어디선가 5살 된 둘째 아들이 나타나더니 남편과 나 사이에 팔을 벌리고 서더니 나를 밀어냈다.


"엄마! 아빠 때렸지? 때리는 건 나쁜 거야!! 말로 해!!"


어이가 없다.


남편은 어느샌가 싱크대 구석으로 가서 온몸을 웅크린 채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앉아있었다.


아이는 팔짱을 끼더니 내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폭력은 나쁜 거라고! 대화를 해야지!"


애들 앞에선 찬물도 마시지 말라하더니 아이가 내뱉는 대사는 내가 늘 하던 말들이었다.


"아니, 너네 아빠가 너네 반찬 다 태웠다니까?"


애랑 있으면 애가 된다더니 나는 애한테 또 궁색한 변명을 하며 함께 유치해지고 만다. 


"그래도!! 말로 해! 반찬은 다시 하면 되잖아!"


아이는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제 아빠한테 가서 하는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아빠도! 이르지 말고 하지 마! 하고 말로 해. 할 수 있잖아! "


남편이 나를 보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아이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한다.


"하지 마!" 


얄밉기 그지없다.





아이의 말투와 행동에 가끔 허를 찔리는 날이 많다.


지적은 돌아오는 거야!!


잔소리는 마치 부메랑과 같다. 

내가 아이에게 지적을 하고 나면 언젠가 아이는 나에게 똑같은 지적을 돌려준다.

이번처럼 웃고 말 때도 있지만 당황해서 할 말을 잊을 때도 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그 기준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나쁜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할 때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짧은 팔로 팔짱을 끼고 내게 훈계를 한다.


"쉬를 할 때는 변기커버를 올리고 해야지.! 여기 다 묻잖아!"


남자들만 우글대는 집에서 이런 잔소리는 일상이다. 


이 잔소리 역시 돌려주기 위해서였을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벌컥 문을 열더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 당황한다.


"엄마 응가해?"


"아니. 쉬해."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한다.


"엄마! 쉬를 그렇게 싸면 어떡해? 이렇게 싸야지!!"


하며 서서 배를 쭉 내밀고 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 그래... 그렇구나... "


아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문을 닫는다.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내 나이 40.


  이렇게 나는 오늘 쉬 싸는 법을 배웠다. 



작가의 이전글 신앙의 가치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