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2

오늘 가을 아침

by Sun lit


새 날의 아침은 변함없이 눈부시다.

비가 올 때면 말끔한 무대, 눈이 내리면 하얀 무대, 바람이 불면 부산한 무대가 되는 나의 새 아침.

그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한 새 아침.



하루 무대는 시절마다 다른 배경을 차려놓고 주인공들을 위한 커튼을 열어준다.

오늘 -

가을비 그친 후의 푸르고 드높은 하늘 아래 갖가지 초목들이 채 가시지 않은 물기를 머금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비추고 있는 시간.



이파리에 맺힌 동그란 물방울들,

바닥에 고인 조그만 물거울들이 다투어 하늘을 담아

땅을 조각조각의 하늘로 만들어 놓은 위를

부풀었다 흩어지며 창공을 건너가는 구름들이 내려다보는 공간 설정.

나는 성큼 무대 위로 올라선다.

미덕은 완성의 미려한 능력이 아니라 저지를 넘어서는 단순한 관성임을 이제는 알게 된 노장이라도 된 것처럼.



깊은 물만 하늘을 비추는 건 아닌가 보다.

머쟎아 볕에 졸아들어 증발해 버릴 얕은 물웅덩이 조각에도 하늘은 주저 없이 자신을 내려준다.


지난여름 이 풀밭 위를 하얗게 군무하던 하루살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위대한 관성인 짝짓기는 무사히 마쳤을까.

그들도 오늘의 공원을 위해 등장했던 편집불가한 군중들이었음을 폭우를 살아남은 한 송이 민들레에게서 문득 보는 경이.



오늘의 무대는 나를 위해 열리는데 마감은 나 혼자의 몫만이 아님을 슬퍼한 적도 예전엔 있었지만

풍경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새삼 떠올린다.

거기 머무르기엔 하늘이 너무 푸르고 그 숨을 쉬고 있기에는 오늘의 대기가 다시금 너무도 청량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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