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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Nov 14. 2019

향기가 주는 느낌

향수 기록 겸 추천


중학교 때쯤  부리기 시작할 때부터 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때는 향수까진 아니었고, 취향이면서 지속력이 좋은 샴푸나 로션에 관심을 가졌다. 학교 가면서도 좋은 향이 나면 그날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  향수 취향과 개인의 성향 간에는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는  같다. 자신과  어울리는 향수를 뿌린 사람을 만나면 각인되고 괜히 기억에 오래 남곤 했다.


여행 갈 때도 매번 면세 찬스를 업어 향수를 하나씩 구매한다. 타지에서 포장을 뜯고, 여행 내내 그 향수를 뿌리고 다닌다. 그러면 나중에도 그 향수를 뿌릴 때마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향은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와 시간의 아이덴티티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한때는 조향 클래스도 다녔다!

약속 전 시간 비거나, 심심할 때마다 가끔 향투어 하러 백화점에 간다. 향수 카페에서 봐놨던 제품들을 시향해 본다. 가격 압박으로 당장 구매하진 못해도, 새로운 향수를 알아가고 발굴하며 취향을 넓혀가는 건 즐겁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아무리 향 묘사가 뛰어나도, 직접 시향 해본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기대했던 향과는 딴판이어서 실망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카페의 향수 박사나 매니아분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향알못 향린이... 그래도 시향과 구매도 쌓이고, 클래스도 다녀보며 취향을 대략적으로 알게 됐다.


호 : 아쿠아, 풀, 그린, 머스키, 난초, 은방울꽃, 아로마, 허브, 레몬, 로즈, 비누, 블랙 커런트, 핑크 페퍼 / 시원하고 청량하고 깔끔 싱그럽고, 대체로 자연스러운 향


불호 : 구어망드, 시트러스, 그린티, 블루베리, 캬라멜, 강한 파우더리 / 단향, 사탕 향, 인조적인 향, 갑갑하고 느끼한 향, 맛있는 향


만일 내 취향과 비슷하다면, 이하 제품을 맘에 들어하실 듯하다!



마크 제이콥스 스플래쉬 레인 EDT
탑 노트    촉촉한 잔디, 산딸기, 클레멘타인
미들 노트    레인 어코드, 흰 난초, 패션플라워
베이스 노트   앰버, 머스크, 풀이끼


단종되었다가 인기로 재발매된 레인. 이름도, 향도, 투명한 바틀까지 정말 레인스럽다. 네이밍이 정말 찰떡이다. 정말 비뿌의 정석. 맑은 날보다 비 내리는 날 훨씬 진가를 발휘한다. 차분하고 먹먹하고 청량한 비 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레인 뿌리고 우산 쓰고 나가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집에서 뿌리고 창문 구경하고만 있어도 좋음..


먹먹함과 청량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게 정말 매력 있다. 소나기 내린 풀꽃 잔디 위를, 하얀 옷 입고 걷는 느낌이다. 막 뿌린 첫 향은 오이비누와 수박껍질이 섞인 물향이 난다. 100ml라는 용량에도 질리지 않은 유일한 제품이다.




딥티크 롬브르단로 EDP

 

탑 노트    불가리안 장미
하트 노트    블랙 커런트 잎
베이스 노트    엠버


처음 딥티크를 접했을 땐, ‘사람에게 이런 향기가 난다고?’란 생각을 했다. 의인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딥티크 향수들은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의 느낌을 담고 있다. 정말 자연 그대로의 향기. 롬브르단로 EDP는 내 딥티크 최애향! EDP는 EDT보다 더 날것의 풀향기가 더 강하다. 마치 생장미 정원 같다. 풀을 오래 문지르고 짓이길 때의 씁쓸한 장미 줄기 향. 온통 장미로 가득한 숲, 혹은 백송이 꽃다발을 안고 있는 느낌이다.


얌전히 핀 장미 말고, 이런 야생 덩굴장미 느낌이다. 숲 속에 만발한 사진 찾고 싶었는데 없었다..




딥티크 탐다오 EDT
탑 노트    장미 나무, 편백 가지, 도금량
하트 노트    샌달우드
베이스 노트    화이트 머스크


롬브르단로와 더불어 딥티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시향 전에는 절 같다, 목탁, 석탄, 사우나 별별 리뷰를 다 봤다. 향이 가늠도 안 갔었다. 우디 계열이라 별로 기대도 안 했었다. 시향 후의 첫 느낌은 정말 내가바로나무!!!!! 였다. 잎사귀 하나 없는 오래된 깊은 고목나무. 근데 예상외로 좋았다. 취향 차이지만 나는 내 몸에 뿌리고 싶진 않았고, 자기 전 침구에 뿌렸는데 잠이 솔솔 잘 왔다. 옛날에 편백 숲 걷기 체험에서 숲 속에 누워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자연 숲 속에 온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향이다.




딥티크 오 모헬리 EDT
탑 노트    페퍼우드, 핑크 페퍼
하트 노트    일랑일랑, 암브레트 시드
베이스 노트    파츌리, 버티버, 통카 빈


오모헬리는 딥티크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접했는데, 처음 시향 하자마자 오호 했다. 첫 향이 호였던 향수들을 보면 항상 탑노트에 핑크 페퍼가 있었다. 일랑일랑 꽃은 섬세하고 다루기가 힘들어서 메인으로 쓰인 적이 없었는데, 이를 메인으로 삼은 향수는 딥티크 오모헬리가 처음이라 한다.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기존에 접한 일랑일랑 향수는, 버스에서 갑자기 향이 확 느껴지며 멀미가 났다 우엑. 그래서 일랑일랑은 나랑 잘 안 맞는군 했는데, 오모헬리를 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일랑일랑의 문제가 아니었다. 흔치 않고 유니크한 꽃향.


출처 pub.chosun.com

한여름 은하수 달빛 아래 핀 일랑일랑 꽃이 그려진다. 사진은 없어서 배롱 꽃나무




구딸파리 로즈 폼퐁 EDT
탑 노트    핑크 페퍼, 블랙 커런트, 라즈베리
하트 노트    불가리안 로즈, 피오니, 타이프 로즈
베이스 노트    시더우드, 파츌리, 화이트 머스크


로즈 계열로 묶이지만 위에 언급한 롬브르단로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스파클링하고 상큼한 기분 좋아지는 로즈 샴페인. 단향 안 좋아하는데, 얘는 처음부터 좋았다. 근데 처음 알코올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다. 사랑스럽고 발랄하지만 잔향은 마냥 가볍지도 않다. 통통 튀고 상큼한 느낌이지만 차분하고 은은한 느낌도 있다.




미우미우 오드퍼퓸
탑 노트    백합, 베르가못, 레몬
하트 노트    로즈, 자스민, 그린 노트, 블랙 커런트, 복숭아
베이스 노트    아키갈라 나무, 화이트 머스크


공홈에는 푸른색이 가득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가져와 백합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는데, 정말 딱이다. 아쿠아 느낌이면서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산뜻하다. 또 잔향이 남을수록 마냥 가볍지만은 않고 단정하고 우아한 느낌으로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시원한 쪽빛 하늘 아래서, 하늘빛의 천연 섬유를 염색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포카리스웨트도 생각난다. 포카리스웨트 이미지 찾으려고 보니, 실제로 섬유 염색하는 CF 편이 있었다.. 헉


나나나나나나나나~

코발트블루 보다는 연한 하늘빛 천이었다면, 정말 완벽히 내 머릿속에서 꺼낸 미우미우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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