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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Nov 24. 2019

고양이의 美

아름다움은 사랑이나 그와 유사한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대상 속에서 발견되는 성질이다.

/ 에드먼드 버크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미적 무관심성


칸트에 의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순수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미적 무관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서 무관심성이란 uninterested가 아닌 disinterested를 의미한다. 이는 유용성과 대비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볼 때, 종종 그것의 기능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최적의 완벽한 방식으로 그 기능성이 달성되었을 때 대상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칸트에 따르면 이 경우 취미 판단을 한 것이 아니며, 적어도 순수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순수하지 못한 취미 판단,  개념적인 고려에 의해 훼손된 취미 판단을 한 것이 된다.


칸트는 아름다움에 관한 판단을 위해서는 욕망, 목적, 사회적, 도덕적, 지적 고려사항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말한다. 미의 규정 근거로서 개념, 목적, 그리고 기능 등을 도외시해야 한다. 오직 그때에만 대상에 대한 나의 관조는 순수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 속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은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아무런 욕망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아름다움이 불러일으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욕망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아무런 생각 없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와, 장미 꽃잎을 사심 없이 바라보며 기쁨을 얻는 것이다. 순수한 관조의 상태에서 나는 모든 우려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나는 관조의 대상을 분석하거나 소유하거나 그로부터 무언가 이득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만일 이것을 목적이라고 부른다면, 관조 그 자체를 목적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만남 / 집 앞에서 만남

아름다운 대상을 보고 느끼는 이러한 자기 활성적인 마음의 상태는 의도되거나 멋대로 강요될 수 없다. 미를 느끼기 위한 목적으로 미술관과 음악회에 가더라도 차오르는 감정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듯이 말이다. 감정이란 우리 몰래, 대개는 정신을 거스르면서 솟아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이 발생할 때마다 이 유희를 지속시키고 싶어 한다. 이는 나에게 떨어진 어떤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합목적성은 대상 자체에 놓인 것이 아니라, 우리와 대상과의 관계 및 우리와 대상의 표상과의 자유로운 유희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합목적성을, 대상을 "포착하는 활동" 속에서의 "만족감"으로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합목적성은 주관적이다.
/ 크리스티안 헬무트 벤첼 <칸트 미학>



황금비율

비례 자체만으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형식과 완전성만으로는, 대상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학구적으로 정확할 뿐이며, 미의 이상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것은 정확성의 규칙들을 깨뜨리며, 때때로 우리는 불완전성으로부터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느낀다. 또한 미의 판단을 위해서는 도덕적 판단을 행할 때와 같이 이성적으로 숙고하지 않는다. 도덕성이란 합리성의 차원에서 접근 가능한 것이다. 미는 그렇지 않다. 이성에 의해 정확하게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다. 미의 이상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미는 직관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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