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방콕. 2주. 아들과 단둘이. 여행 준비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손에 꼭 쥐고

by 아름자까

친구 찬스로 겨우겨우 완성해 출간한 첫 책 『아이와 단둘이 첫 해외여행 :베트남편』 이후, 또다시 여행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두 번째 책은 더 잘 써봐야겠다는 의지가 몽글몽글했다.

3박 4일이 아쉬웠던 지난 베트남 여행을 떠올리며, 이번엔 그 다섯 배인 보름을 잡았다. 원래는 그보다 많은 3주를 계획했는데 남편이 혼자서 3주 동안 지내는 건 안될 것 같다고 보름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처음 계획했던 3주 치 일정을 보름에 욱여넣느라 쪼끔 바삐 돌아다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초2 아들과 단둘이 하는 여행은 신나고 신났다.





태국은 어떤 나라일까.

'먹물'인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책부터 찾는다.
《태국, 그 매력과 마력》이라는 책에서 본 대로 태국인들은 정말 그렇게 낙관적이고 태연자약한지 궁금해졌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발버둥 쳐 본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진정한 '내려놓음'의 경지. 집착 없는 그들의 생활방식은 불교를 믿는데에서 왔을까. 이번에 태국에 가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리라.


베트남여행을 준비할 때는 영어공부를 했다. 이번 여행에선 '수영'을 준비해 보았다. 튜브 없이 물에 떠 본 적이 없던 내가 물공포증을 이겨내고 수영을 배운 이유는 바로, 호캉스를 더욱 찐하게 즐기기 위해서...! 물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고 유유히 헤드업 평영을 하는 그녀들이 부러웠다.





아들에겐 '그림일기장'을 챙기라고 했다.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해 두면 분명 본인에게도 큰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다. 그리고 그 일기장은 나의 두 번째 책에 소중한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또 하나 아들에게 준비시킨 건, 큰 접시에 방울토마토 한 알을 올리고 흘리지 않게 들고 다니는 연습이었다. 호텔 조식 먹을 때 본인의 접시를 직접 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유튜브, 태국 여행자 카페, 여행서적을 참고해 여행 일정을 짰다. 깐차나부리 지역의 에라완 국립공원(옥빛 폭포가 아름다운 곳), 콰이강의 다리(‘죽음의 철도’로 알려진 역사 유적지), 고무나무 농장 등도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 지역은 방콕 도심과 거리가 멀고, 자연환경 특성상 모기 등 벌레가 많다는 정보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긴 이동 거리와 현지 일정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결국 아쉽지만 제외했다.

타국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한 도시 여행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두 곳은 파타야와 방콕이었다.




일정을 짜면서 고민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코끼리 트레킹'이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 '파잔'에 대해 읽었지만 유튜브를 볼 때마다 코끼리트레킹이 재미있어 보였다. 겁이 많아 액티비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내가, 많이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딱 내 수준 맞춤코스 같았다.


그러나 아이에게 물어보니 단호했다.

동물학대는 안 하고 싶단다.





그러나 출국 두 달 전, 무안공항에서 항공기 추락사고가 터졌다. 하필이면 방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편이어서 더 깊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태국 여행자 카페에도 추모의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불안하고 두려웠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있은 며칠 후에 갑자기 육지에 갈 일이 생겨서 국내선을 타게 되었다. (필자는 제주도에 산다.) 그러나 집으로 되돌아오는 날 하필 제주도에 폭설, 강풍 주의보가 내렸다.


착륙을 하기 위해 지상과 가까이 내려올수록 기체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고 결국 지상에 닿기 직전에 다시 위로 상승했다.

아이는 불안한 듯 "엄마 우리 왜 다시 올라가요? 우리도 이러다가 추" 나는 아이의 입을 급히 막았다. 그 단어는 꺼내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그런 거 아냐 그냥 강풍 때문에 그래. 이런 일은 흔한 거야, 아빠도 전에 서울에서 제주 오다가 세 번이나 착륙 못했대- 라며 아이를 다독였다.


러나 그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손이 달달달 떨리고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해고 호흡이 가빠졌다. 행기는 고도를 높여 구름 사이로 들어갔는데, 천둥번개가 사방에서 지지직 내리쳤다. 옆좌석 승객들은 일행끼리 서로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고 토닥이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두 번째 착륙시도는 무사히 성공했지만 그 일 이후 나는 '급성 비행기 공포증'이 생겨버렸다.

태국에 갈 때는 6시간이나 타야 하는데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서 정신의학과에 찾아갔다. 가벼운 공황증세 같다며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처방해 주셨다.

선생님이 명함에 직접 약 먹는 시간을 꼼꼼히 적어서 주셨는데, 그걸 꼭 쥐어보니 어쩐지 안심이 들었다. 선생님의 명함이 내겐 부적처럼 느껴졌다.





무려 6개월 동안이나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그 사이 바트환율이 계속 올라서 4성급 호텔 한 곳을 포기하고 반값에 3성급으로 바꿔야 했다. 위치가 좋고 실내가 깨끗하다는 평이 많아 결정했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가봐야 아는 거겠지.


말도 안 통하는 먼 나라까지 엄마만 믿고 따라오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여행준비를 꼼꼼히 하는 편이다. 무리 촘촘하게 플랜 B, C까지 준비한다 해도 현지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여행을 가는 목적은 '인생은 어차피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놀 궁리를 해보는 수밖에.


아이와 함께 '와이(태국식 인사법. 두 손을 합장한다)'를 하고 "코쿤카~ 싸와디캅~"을 연습하며 출국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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