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파타야 도착. 1일 1팟타이 도전. 야시장

D+1

by 아름자까

오전 9시경 출국하는 항공편이라 서둘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언제 봐도 설레는 출국장 모습이지만 이번엔 생에 최초 큰맘 먹고 대한항공을 예약했으니 어쩐지 더 기대가 되었다.


최근 출국장이 엄청 붐벼서 짐 부치고 - 보안 검색대 통과 후 - 출국 심사 마치고 - 면세 구역 도착까지 2시간 넘게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예상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부치고 3층의 외투보관소로 갔다. 여행일정이 길어서 아들 거, 내 거 패딩 2개 보관료만 해도 만만치 않다. 15일이라니. 이렇게 오래 해외에서 머무르는 일정은 신혼여행 이후 처음이다.






2층 짜리 비행기 타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2층은 프래스티지석이라고 했다. 구가 달라서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


일반석인 1층 좌석도 넓고 쾌적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저가항공과는 확연히 다른 편안함이었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탑승했는데, 대형 항공사의 큰 비행기라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인 위안이 됐다. 앞으로 비행시간이 4시간을 넘는다면 무조건 큰 비행기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행시간이 6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20 in 1 레고'를 미리 준비해 뒀다. 한 박스로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는 구성이라 비행기 안에서 꺼내주자마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조립을 시작했다.
레고를 마친 뒤엔 미리 신청해 둔 키즈밀—불고기를 먹고 어린이 영화도 보면서 혼자서 시간을 잘 보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하다고 투덜거려 내가 계속 옆에서 놀아줘야 했는데, 이젠 혼자서도 제법 잘 해낸다. 아이가 자란다는 건 이런 순간에 문득 실감된다.


덕분에 나도 영화를 보며 편히 쉴 수 있었다. 영화에 집중해서인지, 정신의학과에서 받은 약이 효과가 좋아서인지 공황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름 즐거운 비행을 마치고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길, 앞 좌석의 비즈니스석을 본 아들이 "타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나중에 부자 되면 타자고 하자, 자기가 어른이 되면 태워주겠단다. 그래, 너만 믿는다 하고 등을 두드렸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은 뒤 투어업체가 알려준 게이트로 향했다. 파타야로 바로 이동할 예정이라 차량은 미리 예약해 둔 상태였다.
인기 여행지인 방콕의 관문답게 공항은 규모도 크고 몹시 혼잡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과 캐리어, 카트가 얽히며 공항 곳곳이 아수라장이었다. 우리는 그 틈을 헤치고 간신히 픽업 기사님을 찾아갔다.




파타야에서 묵을 첫 번째 호텔 카운터 직원은 아들과 단둘이 온 것을 보고 투베드룸으로 내어주셨다.
배정받은 룸으로 올라가면서 얼핏 눈에 띈 수영장엔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거의 서양인이나 중국인 같아 보였다.

룸에 들어가 대충 짐을 풀고 나니 현지 시각은 어느새 오후 4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한국 시간으론 6시가 넘은 셈이라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아이와 첫 현지식으로 부담 없을 것 같은 식당은 미리 봐두었다.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 햇빛 쨍쨍하고 후덥지근한 도심을 걸으니 동남아라는 게 실감 났다.


그러나 도착한 식당은 우리가 먹고 싶었던 메뉴를 이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은 괜찮다며 다른 거 먹으면 된다고 메뉴판을 뒤적였지만 나는 그 메뉴를 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결국 가장 무난해 보이는 팟타이와 돼지고기튀김을 시켰는데, 태국에서의 첫 팟타이는 내게 감동을 주었다. 평소 팟타이를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사 먹으려면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한다. 여기에서는 150밧, 당시 환율로 6,500원 꼴이었다. 1일 1팟타이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태국의 대표 음식답게 로컬식당이 저렴하고 맛있다.


후식으로 땡모반을 시켜보았다. 태국에 오기 전, 아이와 함께 읽은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 태국 편》에 나왔던 바로 그 메뉴였다. 시원하고 달달해서 아들이 좋아다. 자기는 1일 1땡모반 할 거란다.





식사를 마친 뒤, 근처의 유명 쇼핑몰 '센트럴 마리나'를 간단히 둘러보고, 이어 '터미널21' 앞마당에 있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아이와 함께 움직일 때는 동선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주요 장소들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덕분에 식사 후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 야시장까지 갈 수 있었다.





우리는 동남아의 야시장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아서다. 어쩐지 그런 걸 구경할 땐 내가 더 신이 난다.

어느새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말을 튼 아들은 장난감 매장 앞에서 또래들과 재잘거리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야시장에는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불빛과 연기에 이끌려 몰려들었다. 꽤 큰 녀석들이었는데, 모기보다 두 배는 통통했다.

내 옷에 붙거나, 심지어 옷 속으로 들어온 벌레도 있었다.


한국에서였으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을 상황.

하지만 그렇게 반응하면 오히려 더 싫고 더 소름 끼칠 것 같아서, 최대한 침착하게 손으로 툭툭 털어내며 "아, 벌레가 좀 많네" 하고 넘겼다.


태국은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라 작은 벌레 한 마리에도 부처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그 마음을 나도 2주 동안은 조금 흉내 내보기로 했다.


막상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한결 차분해졌다. 그래도 제발 숙소 안에서는 벌레를 마주치지 않길 바라며. 오늘 파타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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