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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관계, 무거워진 마음

내게 소중한 시간들을 지키기 위해

by simple Rain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모임이 있습니다. 웃고 떠들며 나눴던 이야기들,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이어져온 소중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소중함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 늘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한 사람 때문입니다.


그 친구는 항상 자신의 이야기를 우선시합니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대화의 초점을 자신에게로 돌립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그 사람에게도 이런 모습 뒤에 숨겨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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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엔 별다른 관심도 없고, 듣는 척하다가도 금세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타인이 꺼내놓는 사정들은 대수롭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듯한 태도는 이제는 더 이상 애정 어린 관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됩니다.


사실 이 모임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추억, 익숙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모임,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 걸까?"


그 친구와이 대화는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곤함이 더 큽니다. 그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낼 때마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듣는 역할로 물러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런 순간에도 웃으며 지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웃음마저 억지로 만들어야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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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조금씩은 변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듣게 되고, 때로는 내가 말하기보다 듣는 쪽이 더 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강하게 자신을 주장하고, 나머지 사람들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친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그 방식이 계속해서 누군가를 지치게 한다면, 그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친구가 없다면, 모임의 분위기는 더 밝고 편안하지 않을까? 혹은 내가 조금 더 참으면, 관계는 더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들 참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질문 끝에 떠오르는 결론은 항상 같습니다. "언제까지 계속 참아야 하지?" 물론 오랜 추억과 함께한 시간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소중함이 지금의 나를, 우리를 무겁게 한다면, 그건 내게도, 친구에게도 좋지 않은 일일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소중함이 더 커집니다. 내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 그 시간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죠. 이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내가 그 시간을 더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와의 관계가 나를 더 지치게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같은 영행을 미친다면, 그건 과감히 정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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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짧고, 소중한 순간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시 고민합니다. 이 모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제는 더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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