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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풍',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by simple Rain

영화 소풍을 보며 가슴 한쪽이 시렸습니다. 화면 속 나문희 배우의 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파킨슨병으로 오랜 시간 힘든 싸움을 하셨습니다. 그 병은 처음에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아버지는 걸음이 불안정해 잘 넘어지기도 했고, 등이 점점 굽어졌습니다. 나중에는 표정도 굳어지고, 말투와 성격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평상시 말수가 적고 온화하셨던 아버지가 병 때문에 불쑥 짜증을 내거나 예민해지는 모습이 낯설고도 슬펐습니다. 그 변화는 아버지에게도, 자녀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좀 더 살뜰히 챙겼을 텐데,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의 빈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졌습니다.


파킨슨병은 단지 몸이 떨리는 병이 아닙니다.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며, 결국 일상적인 행동마저 어려워지게 만듭니다. 성격까지 변하게 만드는 그 병의 고약함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병으로 점점 몸과 마음이 약해져 가던 아버지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내 기억 속에서 아련해져 가지만, 가슴 아픈 장면들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는 노년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도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찬 시간인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젊은 시절에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중심이었지만, 노년의 시간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특히 자녀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그 속에 자리 잡게 되겠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기 전, 그 마음속에 어떤 감정들이 오갔을까? 나는 끝까지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소풍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입니다. 소풍은 즐겁고 자유로운 시간을 의미하는데, 영화 속에서의 삶은 그리 자유롭지도, 즐겁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는 메시지였을 겁니다. 노년의 삶을 무겁게만 보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소풍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 이제는 아버지가 하늘에서 그런 평화로운 소풍을 즐기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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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아버지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한 오늘, 나도 언젠가 맞이할 노년의 삶을 더 따뜻하고 평화롭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소풍처럼 홀가분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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