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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동네 뒷산을 오르며...

by simple Rain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동네 뒷산에 오릅니다. 등산이라고 할 만큼 힘든 산행은 아니지만, 산책보다는 가볍지 않은, 조금 더 난이도 있는 활동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은 산이 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대부분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인지 연령대는 6,70대가 주로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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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산을 오를 때면 경이로움 마저 느껴집니다. 눈 덮인 나무들이 고요하게 서 있는 풍경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길을 조심스레 걸을 때면, 눈 밟는 소리가 사방에 퍼지는 것이 무척 기분 좋게 들립니다. 그 고요 속에서 남편과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는 마치 눈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온기처럼 마음을 녹입니다.


뒷산은 유명한 명산처럼 높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겨울 산행은 늘 조심해야 하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이 큽니다. 정상에 서서 눈 아래 펼쳐진 동네 풍경을 내려다보면 일상에서 벗어난 작을 해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간을 남편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젊었을 때는 각자 바쁘게 살아서 함께 무언가를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산길을 오르다 보면 사소한 이야기부터 속 깊은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오가며 서로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삶은 때때로 험난한 오르막길 같지만,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집니다. 산행이 끝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그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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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동네 뒷산에서 느끼는 이 작은 경이로움과 함께하는 시간은 충분히 소중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작은 모험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눈이 내리든 햇살이 따스하든, 이 산길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걸으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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