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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은 있지만, 입학식 없는 학교..

by simple Rain

봄이 오면 언제나 학교 앞은 북적거렸습니다.
아이들의 발걸음, 웃음소리, 어깨에 맨 가방의 무게까지 모두 생기 있는 풍경이었죠.
저는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우리 때는 한 학년이 아닌 한 반에도 수십 명씩 학생들이 있었고, 운동장은 늘 아이들로 가득 찼습니다.
교실이 부족해 분반을 고민해야 할 정도였으니, 그 풍경이 얼마나 활기찼는지 상상이 가실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1학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180곳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출산율이 너무 낮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치로 접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었습니다.


농촌 곳곳에서 학교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년 전 방문했던 작은 학교가 떠오릅니다.

전교생이 10명도 안 되는 그곳에서 교사 한 분이 여러 학년을 함께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 아이들이 수업에 제약이 많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년생들과 함께 배우며, 연령 차이를 넘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다양한 관계를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교육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이야기와 다음 세대의 기회가 조금씩 줄어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와 농촌의 풍경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남습니다.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뛰고, 웃고, 장난을 치고, 학원과 방과 후 수업으로 하루를 채우고, 맞벌이부부를 위한 돌봄 교실까지 운영이 됩니다.
반면 농촌의 조용한 학교 앞, 빈 운동장과 흔들리는 교문을 떠올리면
마치 시간이 천천히, 조금씩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졸업식은 여전히 열립니다.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는 부모와 아이들의 미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학식이 없는 교실 앞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바람과 먼지, 오래된 운동장만 바라보게 됩니다.

막연히 뉴스에서 보았던 ‘학교 소멸’이, 이제는 마음속에서 무겁게 자리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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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는 건 단순하지 않습니다.

출생률이 이렇게 낮은데, 도대체 어떻게 학교가 존속되길 바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점점 줄고, 마을은 조용해지고, 학교는 점점 비어갑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놀 수 있는 교실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이 현실 속에서 학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요

마을과 정책, 새로운 시도 등 어느 것이 아이들의 학교를 지킬 수 있을까요

교실의 불이 꺼지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이 다시 운동장을 채우는 날을 저는 여전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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