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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좀 먹을 줄 아네?

주꾸미볶음에는 김가루 넣고 비벼줘야지~

by Kidcook

오늘 저녁은 또 뭘 먹나? 요즘 엘보로 치료받는 중이라 팔을 최소한으로 쓰려고 하니 하고 싶은 요리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저녁 메뉴도 가급적 간단하게 하게 되고...ㅠㅠ 암튼 그리하여 오늘은 지난번 마트 장 볼 때 사두었던 주꾸미 밀키트를 하나 꺼내서 해동해 두었다.


밀키트가 별거 있나? 그냥 먹을만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밀키트 사서 성공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병원급식으로 내던 음식 간 보던 버릇이 돼서 집에서도 자연히 간이 싱거워져 아이들도 배달음식이나 외식할 때는 간이 세다고들 한다. 그래서 밀키트는 잘 안 사게 되기도 하고, 사더라도 부재료를 추가하던지 해서 간이 덜 세게 조리하는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꾸미볶음이니 야채는 안 들어있었고, 그리하여 대파와 양파를 반 주먹 정도 썰어서 준비한 후 미지근한 물에 30분가량 불린 당면과 함께 밀키트 추가조리를 하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을 달군 후 해동한 주꾸미를 넣었더니 양념에 국물이 제법 많이 생긴다. 거기에 대파와 양파, 당면사리를 넣어서 국물이 절반 가량으로 줄었을 때 불을 껐다. 처음 주꾸미볶음만 간을 보니 짜고 달고 이거 먹겠나 싶었는데, 야채에서 채수도 나오고 당면도 들어가니 제법 맛이 좋다.

오~오늘은 성공!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밥을 먹으려는 찰나, 갑자기 큰 아들이 주꾸미를 보더니 말없이 냉동실 칸에서 김가루를 꺼내온다. 그러더니 면기를 하나 들고 와서 밥을 톡 털어 넣고 주꾸미를 한 수저 뜨더니 김가루를 넣어서 맛있게 비비는 것이 아닌가. "야~니 쫌 먹을 줄 아네?" 이랬더니 그냥 웃는다.

"나도 김가루 한 숟가락 도라(주라)~"이러고 나도 김가루를 받아서 주꾸미를 넣고 밥과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이런 밥도둑이 있나..


작은 아들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엄마와 형을 한참 지켜보더니 맛있어 보여서 먹고는 싶고, 매워 보이니 엄두는 안 나고 하나보다. 잠시 망설이다가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자마자 "으아~매워. 물! 물!" 하더니만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어이구~내 그럴 줄 알았다" 큰 아들이 비웃는다. 나는 크게 웃진 못하고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다. 작은 애는 감성적인 아이라 남자아이지만 기분이 상하면 잘 토라지고, 잘 울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까지 웃으면 또 삐질 것이 분명하여 나오는 웃음을 꾹꾹 누르며 밥을 먹었다.


이렇게 오늘도 맛있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주꾸미 하나에 웃고, 울고(매워서)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식구들을 즐겁게 해 준 주꾸미! 다음에 또 재구매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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