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추석강릉여행

친정엄마 칠순기념 힐링(?) 여행

by Kidcook

9월 말부터 둘째 아이가 아파서 엄마 칠순 기념으로 계획한 추석연휴 강릉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무척 걱정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날 또 다른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친정엄마셨다.

최근에 계속 몸이 안 좋으셔서 출발 전날 영양수액까지 맞고 오셨는데도 가서 아프면 자식들한테 걱정거리가 되니 동생내외와 우리 식구만 다녀오라는 엄마의 날벼락같은 전화에 잠시 멘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다가 너무 보고 싶기도 했고, 나 또한 최근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힐링이 좀 필요했기에 엄마를 적극적으로 꼬시기 시작했다. 사위(교통법규 준수하며 아주 천천히 안전 운전하는 스타일)가 힘들면 중간에 바닷가 내려서 바다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니 함께 가시자고 했다고 말씀드리고, 동생도 매형이 중간에 1시간에 한 번씩 쉬어갈 거라며 중간에 바다도 보고 힐링한다 생각하며 다녀오시자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제일 중요한 건 3박 4일 숙박비만 몇 백만 원에 취소하면 전액환불받지 못하고 위약금까지 물어야 된다고 했더니 엄마도 그건 안 되겠는지 그럼 천천히 가보자고 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하게 된 3박 4일 추석연휴 강릉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둘째는 이제 감기가 거의 다 나아 컨디션이 회복되었으나 둘째한테 옮은 감기로 골골거리는 나는 목소리도 안 나오고 계속되는 심한 기침에 컨디션 난조로 차 안에서 병든 닭처럼 계속 자다가 휴게소에 들러서 정신을 좀 차리며 겨우 강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서 체크인 후 숙소에 모두 들어가 쉬기 바빠 호텔 바로 앞이 바다인데도 바다 근처는 구경도 못 한채 그날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강릉에서 유명한 초당순두부를 30분가량 웨이팅 후 느지막이 아침을 해결했다. 남편과 아들 둘, 동생내외와 조카는 호텔 수영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나는 컨디션이 좀 괜찮은 듯해서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1일 효도관광을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차로 15분가량 지나면 핑크뮬리 축제를 한다길래 찾아간 곳은 아주 작은 개인사유지였는데 핑크뮬리 축제라고 하기는 다소 아담한(?) 크기의 정원 수준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소품들이 있어서 부모님 두 분 함께 다정한 연출로 사진도 찍어드리고, 핑크뮬리 구경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호린파크.jpg

이때만 해도 두 분이 머쓱하게 사진 찍으시길래 "좀 다정하게 좀 찍으세요"라고 내가 말할 때는 아버지가 들은 척도 안 하셨으나,

호린파크 하트.jpg

지나가던 어떤 어르신이 "사장님, 사모님 어깨에 손도올리고 좀 다정하게 찍으십시오." 하며 웃으며 짓궂게 하시는 말씀에 슬그머니 엄마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진 찍으시는 아버지의 귀여우신(?)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다.

반평생을 함께 산 부부지만 사진 찍을 때는 왜 그리 다정하지 못하고 어색하신 건지.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으신 건 아니지만 무뚝뚝한 아버지 성격에 어깨동무면 경이로운 발전인 듯.


다음은 오죽헌 시립박물관을 갔는데, 신사임당 생가라고 해서 생가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립박물관이 함께 있어서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생가도 둘러보고 시립박물관, 화폐박물관도 있어서 여기저기 볼거리도 많고 체험부스 등도 많아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서 좋았다. 그중 부모님이 꽂힌 것은 화폐박물관 내에 사진 찍는 곳이 있었는데 두 분이 미적미적하시길래 "저거 한 번 찍어보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다.

그냥 저거 한 번 찍어보자고 하시면 될 것을.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가장 화사한 벚꽃 배경으로 선택해서 두 분이 오붓하게 찍으시라고 사진 찍어드리고, 카카오톡으로 전송도 가능해서 보내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다. 요즘은 별개 다 있다며 신기하다며.

화폐박물관.jpg

핑크뮬리 정원도 가고, 오죽헌 시립박물관도 가고, 늦은 점심으로 화덕생선구이를 먹으러 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다만,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라 대기가 길어서 엄마가 배고프다고 화를 내실 뻔했다. 다음부터는 많이 안 기다리는 곳에 가자며. 정색하심.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번에는 맛집은 미리 예약을 하도록 할게요."라고 사과의 말씀을.

고선생 화덕생선구이-3인 상차림.jpg

기다린 덕분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는 생선구이 정식을 더욱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반찬도 잘 나오고 부모님도 입맛에 맞는지 잘 드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부산에 가더라도 생선구이 맛집을 알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 모시고 종종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고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시부모님 챙기랴, 아이들 챙기랴, 직장 생활하기 바빠 부모님 모시고 제대로 된 식사대접 한 번 못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자식이 먹고 싶다는 건 바로바로 가면서도, 부모님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반성하며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봤다.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로 들어와 난 다음날까지 감기몸살로 하루 종일 일어나지도 못하고 거의 기절해서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이번 강릉 여행은 정말 힐링 여행이 되었다. 3박 4일 중 하루 반나절 정도 멀쩡하고 나머지는 침대에 계속 누워 지내는 바람에 강원도 바닷가만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보았던 망양휴게소에서의 깊고 푸른 바다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예뻐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망향휴게소에서 본 바다.jpg

아프지 않고 좀 더 좋은 컨디션이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짧고 강한 3박 4일의 강릉 여행을 깊이 추억하며 다음에는 건강한 컨디션으로 강릉여행을 재도전해볼 생각이다.




<강릉 먹거리 맛집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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