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장염이라 엄마도 바쁨
큰 아이가 월요일부터 계속된 설사와 두통, 열이 반복돼서 어제까지 꼬박 5일을 앓았다. 추석 연휴에 열감기로 고생하다가 면역이 떨어져서인지 갑자기 설사, 두통, 열이 반복되어 결국 병원행. 엄마는 퇴근 후, 아들은 학교 조퇴 후 엄마 기다리다 늦은 저녁까지 하는 달빛 어린이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이 청진하시더니,
"장염인 것 같아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확실히 알려면 피검사해야 하는데 피검사하시겠어요?"
하시는데 아이가 벌써 눈치채고 피 뽑는 건 싫은지, "아니요"라고 쏜살같이 대답한다.
하는 수 없이 둘째가 학원 갔다 올 시간이라, "오늘 일단 약 처방해 주시면 먹어보고 계속 증상이 지속되면 다시 와도 될까요?" 했더니 그러라고 하셔서 3일분의 지사제, 해열제, 유산균 등의 약을 처방받아 왔다.
낮에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OO가 머리가 계속 아프다고 하고 속도 안 좋다고 하는데 조퇴하고 가도 될까요?"하고 물으시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할아버지댁에 가 있으라고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데 무척 속이 상했다. 이럴 때 엄마가 집에 있으면 데리러 가서 같이 병원에도 바로 다녀올 수 있고, 이마도 짚어주면서 많이 아프냐, 어릴 때 나의 엄마가 해주신 것처럼 배도 문질러 주면서 '엄마손은 약손, 괜찮아질 거다'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텐데, 죽도 끓여주고 괜찮은지 지켜봐 줄 수 있을 텐데..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전부 때려치우고 집에 가야 되나 하는 마음이 일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이제 좀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여전히 엄마손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다.
"엄마, 배가 계속 아프고 설사도 하고 머리도 아파요."
"엄마, 열나요. 38도 넘었어요."
"엄마, 학원은 어떻게 할까요?"
"엄마, 죽 말고 밥 먹으면 안 돼요?"
"엄마, 다 나은 것 같은데 밥 먹고 가면 안 돼요?"
이렇게 수만 가지 물음에 일일이 대답해 주며 안 되는 이유도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시도 했지만 계속된 장염 증상으로 나도 지쳐갔다. 처음엔 차분하게 설명해 주던 것이,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대답이 되고, 장염이라 먹으면 안 되는 자극적인 것을 먹고 나서 다시 안 좋아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화도 내었다. 일주일 동안 회사에서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어서 해결하느라 무척 바쁘고 힘든 한 주를 보냈건만, 그동안 큰 아이와의 많은 질문과 통화로 속상함과 나의 힘듦을 아이에게 풀어낸 건 아닌지. 투박을 주고, 퉁명스레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후회되었다.
출근한 토요일, 일하는 중에 문제가 생겨서 해결하느라 바쁜 와중에 점심시간이 다 되어 걸려온 큰애 전화. "엄마,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라면 먹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겠다. 라면 먹고 또 배 아프고 열나면 이제 엄마는 병원에 같이 안 가줄 거야."라고 해버렸다. 아이가 두 번 정도 더 전화하다가 내가 바빠서 받지 못하자, 퇴근 무렵에 이번에는 아빠를 시켜서 전화했다,.
"OO가 라면 먹고 싶은데 못 먹게 하니까 엄마 올 때까지 점심 안 먹고 기다리고 있겠데. 어떻게 하지. 장염인데 내가 뭘 해줘야 할지, 해줄 수 있는지를 모르겠어. 아침에 괜찮아졌다고 해서 계란이랑 김이랑 밥 먹였어."라고...
아까 전화할 때 퉁명스럽게 화내고 끊은 게 또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집까지 가려면 얼추 한 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까지 굶고 있으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어서 남편에게 아침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일단 점심도 챙겨주라고 하고선, 다소 많이 늦은 퇴근 시간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일주일 내내 계속 먹는 것도 신통찮고, 병든 닭 마냥 눕기만 하면 잠이 들어서 낮에도 자고, 저녁에도 자고, 깨어나서도 힘없이 있더니, 오늘은 집에 가보니 팔팔 살아서 장난치고 까불고 시시덕거리면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다 낫긴 나았나 보구나 싶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 나아서 다행이다. 엄마도 힘들었지만, 먹깨비 아들이 먹는 것도 못 먹어서 힘들고, 먹는 것 참아야 돼서 힘들고, 아프다고 힘들고 고생했다.
병원을 가서 약을 받아먹어 보았지만 차도가 없어서 또 다른 병원에 가서 피검사도 하고 수액도 맞았는데, 계속되는 장염 증상으로 오늘은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고 안되면 입원을 해야 되나 싶었으나 오늘에서야 다 낫게 되어서 정말 하늘에 감사드렸다.
내일부터는 먹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 꿀이랑 유산균, 영양제를 사서 좀 먹여봐야겠다. 환절기에 호된 감기로 장염까지 거의 한 달을 앓은 탓에 거의 일주일을 학교도 조퇴하고, 학원도 다 빼먹었지만 건강을 회복한 거면 된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손 씻을 때 꼼꼼히 씻지 않아 잔소리하고, 외출 후 손도 안 씻고 음식을 먹고 했던 것들이 장염에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해 줬더니 이번일을 계기로 큰애가 손을 정말 열심히 잘 씻게 되었다는 게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말이 삶의 교훈처럼 여겨진 기나긴 일주일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