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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또집 Aug 28. 2024

화내는 사람

나는 화내는 사람이 됐다.

약 2년 전, 나는 엄마가 됐다.

그리고 현재, 나는 화내는 사람이 됐다.




많은 부모들이 그러하고 있듯이

나는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아이에게 하루 간 나의 잘못을 술술 읊는 대역 죄인이다.




그도 그러할 것이

아이가 말문이 터지고 독립성이 생기면서

그리고 본격적인 독박육아가 시작되면서

주 양육자인 나와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동생도 생겼다.

내 세상 제일가는 보물이었던 첫째를 뒤이어

또 하나의 지켜내야 할 소중한 존재가 생겼다.




잘 시간이 되면 전쟁이 시작된다.

둘 다 졸리다고 한바탕 울음보가 터진다.

한 아이를 씻기다 보면 남겨진 아이의 울음소리는

공습경보라도 되는 듯 마음을 다급하게 한다.

(둘째를 안고 첫째를 씻겨봤지만 위험하더라.)




그중 만만한 건 그래도 말이 통하는 첫째.

"제발 좀 엄마 말 좀 들으라"고, "동생이 울고 있지 않느냐"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윽박지르기까지만 하면 다행일까,

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기어코 엉덩이를 한 대 때리고 만다.




그렇게 승자 없는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고

아이와 함께 자리에 눕는다.




잠자리에 같이 누워서 바라보면

아이는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다.




아이는 방금까지 그렇게 서럽게 울어놓고

정작 그 눈물의 근원지인 엄마의 가슴팍에 눈물을 잔뜩 묻혀둔 채




눈가에 눈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얼굴에 웃음을 바르고

눈물로 축축한 엄마 가슴팍에 다시 얼굴을 묻는다.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행복해 보이는

눈물 젖은 얼굴을 바라보면

애써 눌러뒀던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엄마가 왜 화를 냈는지 구구절절 핑계는

끝날 줄을 모르고 길어진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 말로 핑계에 점이 찍어진다.

"엄마가 그릇이 작아. 미안해."




하루는 긴 핑계를 끝내고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무서워?"




아이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호하다.

"아니? 엄마 기여어. 에쁜 엄마야."




부모에게 받는 사랑이 절대적이라고 했던가.

아니, 아이를 키워보니 더 모르겠다.

오히려 내 입맛에 아이를 맞추려 하는 조건적 사랑이 아닐까.




'절대적' 사랑은 되려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이 작은 아이에게 받는 사랑이 절대적이다.




화내고 윽박지르고 심지어는 손을 대어도

이 아이의 사랑은 나를 향하지 않은 적이 없다.




왜 이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자꾸만 화를 내는 걸까.




난 생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부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세상에 의지할 데가 나밖에 없는

철저한 '을'인 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육아 전문가는 말한다.

"아이를 아주 귀한 손님처럼 대해라."

난 생각했다.

'가족인데 어떻게 손님처럼 대하지.'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생각한다.

내가 동아줄일 이 아이에게

곧 끊어질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다는

불안함은 주지 말자고.




육아라고 하는 것이

언제 어디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극한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스트레스는 아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스트레스는

내가 평생 살아왔고 안정을 느끼던

내 세상을 망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나온다.




아이는 순수하다.

보고 느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학습된 관념이나 고정관념이 없어

흰 도화지처럼 깨끗하다.




그런 아이에게

그렸다 지웠다

덮었다 칠했다

한껏 더럽혀진 내 도화지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지금은 내 도화지의 어떤 지저분한 색을 내밀어도

이 자그만 아이는 너무나 쉽게 나를 용서하지만

언젠가는 아이의 키가 나를 훌쩍 뛰어넘고

더 이상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에

아이의 작은 손으로

직접 자신의 흰 도화지에 자신만의 색을 채워갈 수 있도록




그저 응원하며 지켜보기만 할 수 있는

진짜 어른으로 자라나려 애쓰고 있다.




매일 다짐한다.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내일은 진짜 화내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 다짐은 쉽게 무너진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 다짐이

한 번 두 번 지켜질 날이 있겠지.

그리고 내 다짐이 지켜진 그날들이 모여

결국은 내 아이를 '진짜' 지켜줄 수 있는 부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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