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워킹맘의 감정기복

전업주부에서 워킹맘으로

by 풍또집

7명이 들어있는 조리원 동기 방이 있다.

그중 나는 6번째로 워킹맘이 되었다.



하나둘씩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카톡 방에는 복직하는 엄마들의 감정 변화가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출근을 앞두고는 우울하다고 했다.

위로는 했지만 사실은 공감이 잘 안 됐다.

집을 벗어나면 그저 좋을 것 같았다.



막상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는

엄마라는 이름 말고 나를 찾은 거 같다며 기뻐했다.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메시지 알람이 잘 울리지 않았다.

다들 바빠졌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 명을 제외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복직을 했을 때,

간만에 엄마들이 모였다.



가장 먼저 복직을 했던 언니는 말했다.

딱 한 달 좋았다고, 이후로는 일을 해도 육아를 해도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어 허무하고 공허했다고 했다.



마침 내가 일한 지 딱 한 달 정도 되던 차였다.

당시에 나는 직장 다니는 게 마냥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언니는 가만히 앉아 일하는 사무직이기에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나는

언니가 한 그 말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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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일도 하고 육아도 하다 보니

힘이 들어 우울하다는 것일까 했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뭐랄까


뒤는 보지 못하는 경주마 같이,

하지만 결승선도 없이 달리고 있으니 경주마와는 조금 다르게

그저 어딘가로 바보처럼 뛰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쁘게 준비해서 출근을 한다.

스튜디오이기에 한 시간마다 오는 손님들을 맞으며 정신없이 9시간이 지나고

쫓기는 마음으로 집에 간다.

아이들을 씻기고 집을 정리하면 어김없이 잘 시간이다.



예전이었다면 아이들을 재우고 내 시간을 보냈을 터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재운다기보단 엄마가 먼저 쓰러져 아이들이 알아서 잠드는 것에 가깝다.



일어나서 눈을 뜨면 또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

굴러가는 시간 안에서 어느샌가 우울감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로

이유가 뭘지 매일 생각했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며 비교해서일까.'


매일 약 10명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sns를 4D로 눈앞에서 체험하는 것과 같았다.



세상에는 참으로 예쁘고 멋진 사람이 많았고

돈 많은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 부러운 것도 다양했다.



욕심 없던 사람이 갖고 싶은 게 날로 늘어갔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 쉬는 날이고 주말 같았는데 그게 없어져서 그런가.'


나는 주말이 더 바쁘고 평일에 쉬는 사진사라는 직업인데 남편은 매일 새벽에 들어오니

여행은 고사하고 가족이 완전체로 보내는 시간이 없었다.

'우리의' 시간이 없어 쉬는 날이 없는 것만 같았다.



휴무날은 쉬는 날이라기보다는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병원, 은행 등을 다녀오면 휴무는 끝이 났다.



출근날이 되어도 유달리 싫지 않았고

휴무날이 되어도 특별히 시원하지 않았다.



'내세울 게 없어서 그런가'


내 자랑은 우리 가족이었는데,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 그마저도 자랑할 수 없다.



부끄럽지만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같이 일하는 작가님과 계속해서 비교를 하며 자신을 깎아내렸다.

옆자리 동료는 예쁘고 자유롭고 센스가 좋았다.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벅차서

피부톤부터 칙칙하게 죽어갔다.



생기 없는 나를 두고

부러운 그녀는 얼굴에 쿠션을 두드리며 이번에 만난 키 크고 돈 많은 소개팅남은 어땠는지 얘기했다.

얘기는 재밌었지만 왜인지 기분은 썩 좋지가 않았다.



같이 즐겁게 얘기하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에 몰래 느끼는 수치심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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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 순간도 있긴 하다.



육아에 지치는 순간이 적다.

아이들과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진 후로 종일 힘들어하던 엄마는 이제 없다.

일하는 동안 꼬마 손님들을 여럿 만나다 보면 퇴근할 즈음 우리 집 꼬맹이들 생각이 간절하다.

어린이집에서 뛰어나오는 아들들을 보면 그렇게 반갑고 귀엽다.



엄마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보람

사진을 정말 마음에 들게 찍어내면 뿌듯하기도 했다.

손님들에겐 미안하지만 몰래 시험적인 카메라 세팅이나 구도도 시도해 봤다.




내 정체성 찾기

하루 종일 누구를 입히고 돌보는 부속품 같은 하루가 아닌

일하는 만큼 인정 혹은 비판이 오는 '내 작업'을 한다는 것이 참 좋았다.



전업주부일 적에는 남편 밥에 첫째 저염식, 둘째 이유식을 매 끼니 해대며

식모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던 집에만 지내던 시절.

이제는 부엌에 들어갈 일이 현저히 줄었다.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고 남편도 저녁은 혼자 해결하니

가끔 남편의 점심을 차리는 것 외에는 요리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내 밥 차리긴 귀찮아 저녁은 패스한다.)



점심은 회사에서 준다. 먹고 싶은 건 웬만하면 다 허락하는 편이다.



몇 년을 내 손으로 해서 먹이기만 하다

누군가 해주는 밥을 앉아서 편하게 먹는다는 건 여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더라.




도토리 알 모으기

내가 엄청난 돈을 벌어오는 건 아니지만

예전엔 생활비 하고 남는 돈으로 저축이나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모든 월급을 온전히 모으고 싶은 데에 모아둘 수 있다.



주식이 올라 집을 산다던지 하는 등의 뜬 구름 잡는 꿈을 꾸는 건

정말이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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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워킹맘이 되는 일은 장단점이 확실하여

시시각각 감정이 바뀌고 그것들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얼마 전에 수능이 있었다.

수험생들은 이제 갖가지 갈림길 앞에 섰을 것이다.

그들의 설레고도 압박되는 순간이 남 일 같지 않다.



나는 아이들을 두고 일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로 확신한 적이 한 번이 없다.

지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건지.

내가 지금 보내는 이 순간을 후회하는 내일이 있지는 않을지.



다만 어쩔 수 없이 선택 이후 시간은 성실히도 가고 있고

내 결정에 따른 결과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많은 부분이

조급함에서 온다.



'나의 부재가 아이에게 결핍을 만들진 않을까.'

'이렇게 벌어서 집은 언제 사지.'

'언젠가는 내 아이들이 금수저가 아님에 불만을 갖는 날이 올까.'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좀 더 나은 삶일까.'



허나 아이들의 인격도

건물 하나를 짓는 일도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자연물 같은 것이 아닌가.



조급해하지 말자.


내가 걷기 시작한 이 길을 존중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내일의 가족만 바라보며 차근히 뛰어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조급한 마음이 든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춰 서서

마음을 달래주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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