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조선왕조 정신 “처참히 짓밟힌다”… 유네스코

by 리포테라

유네스코 권고도 무시
‘동양의 파르테논’ 위협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논란

Controversy-over-142m-building-in-front-of-Jongmyo-Shrine-1024x576.jpg

종묘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바로 맞은편 재개발 구역에 최고 142m 높이의 고층 건물 건설을 허용하면서 문화계와 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권고를 무시한 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의 건물 높이 제한은 종로변은 기존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대폭 상향됐다. 종묘와는 직선거리로 18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종묘, 세계유산에서 ‘위험 유산’으로?


%EC%A2%85%EB%AC%98-1024x683.jpg

종묘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왕실의 제사를 지낸 공간으로, 유교 제례와 전통 건축이 함께 보존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한국 최초 세계유산 중 하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개발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유네스코는 종묘 등재 당시 주변 고층 개발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으며, 유산영향평가(HIA) 절차를 권고해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해당 구역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범위) 외부에 위치하고 있어 법적으로 유산영향평가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건축 전문가들은 국제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고층 건물로 인해 종묘 경관이 시각적으로 훼손될 경우, 유네스코로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개발 vs 보존”…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EC%84%B8%EC%9A%B44%EA%B5%AC%EC%97%AD%EC%9E%AC%EA%B0%9C%EB%B0%9C-1024x683.jpg

종로 세운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세운4구역은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 심의와 수익성 문제로 사업이 수차례 지연되어 왔다.



2018년 기존 높이 기준이 정해졌지만 이후 서울시는 경제적 실효성과 도시 기능 회복을 이유로 높이 조정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는 “녹지축 연결과 도시 생태환경 개선을 위해 계획 변경이 필요하다”며 문화재 훼손 우려는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가 권고한 유산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서울시의 고시 내용을 토대로 문화유산위원회 및 유네스코와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만약 유네스코가 이번 사안을 문제 삼을 경우, 국제적인 대응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얼굴이 흔들린다”… 불붙는 종묘 전쟁


%EC%84%B8%EC%9A%B4%EC%9E%AC%EC%A0%95%EB%B9%84%EC%A1%B0%EA%B0%90%EB%8F%84-1024x605.jpg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조감도 / 출처 : 서울시


이 사안은 단순한 지역 재개발을 넘어서 세계유산 보존에 대한 국내 행정의 책임과 절차 준수 여부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권고와 국내 법령 사이의 해석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축학계의 한 교수는 “한쪽이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협의를 통한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며 “세계유산의 국제적 책임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묘는 올해로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맞았으나, 서울 도심 한복판의 고층 재개발로 인해 종묘의 보존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기준을 세울지,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재명 정부 5개월 만에 “설마 이 정도일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