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일 간 군사 교류 확대 흐름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렸다.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하려던 계획이 일본의 중간 급유 거부로 무산된 것이다.
일본 측은 블랙이글스의 독도 인근 훈련 비행을 문제 삼아 급유를 거절했고, 이 여파로 10년 만에 추진되던 군악대 교류도 연기됐다.
블랙이글스 에어쇼 / 출처 : 연합뉴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이글스는 에어쇼 참가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서 급유를 받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일본 경유가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측도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블랙이글스 훈련기 중 T-50B가 지난달 28일 독도 인근 상공에서 훈련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입장을 바꿨다.
훈련 중 태극 문양을 하늘에 그리는 장면도 일본 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은 급유 계획을 철회했고, 한국은 다른 국가와의 협의를 시도했으나 시간 부족으로 참가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관계 / 출처 : 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급유 지원 철회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한일 정상 간 첫 회담을 앞두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은 국민적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은 “해당 항공기의 독도 상공 비행 이력이 확인된 만큼 급유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블랙이글스의 독도 비행이 단순 훈련이라고 설명했으나,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상황은 알고 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 / 출처 : 연합뉴스
한일 간 군사교류의 또 다른 축이던 군악대 행사도 영향을 받았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 군은 오는 13일부터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리는 ‘자위대 음악 축제’에 군악대 파견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 축제는 일본 자위대와 해외 군악대가 참여하는 행사로, 한국은 10년 만에 참가를 추진해왔다. 양국 국방장관이 지난 9월 회담에서 인적 교류 확대를 합의한 뒤 이뤄진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블랙이글스 급유 거부 사태 이후, 한국은 군악대 참여를 재검토한 끝에 일본 측에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번 사안이 한일 간 군사 협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양국이 추진하던 협력 확대 흐름에도 다시 조심스러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