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끝자락에서 영하 7도라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될 거라는 어제저녁부터의 요란한 일기예보를 듣고,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옷가지를 주섬주섬 더 챙겨 입고 문밖을 나섰다.
내 생애에도 이런 일기예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하면 내 삶에 부닥칠 불행의 부피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누구나 그렇듯 예상치 못할 전개가 펼쳐지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나는 어느덧 50줄이 되었다. 인생 반평생쯤 사니 반무당이 되어 이제 제법 스스로도 예측하고 대처해보려 하지만, 아직도 반은 미지수다.
제법 괜찮은 인생의 방향성을 잡을 확률이 50%인 것이다. 이 확률 만치라도 높이느라 수도 없는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다. 어느 고개에 선가는 너무 감당이 안되어 다 놓아 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살아낼 자신도 살아낼 방법도 모르겠는 막막한 흑암 속에서 나는 그저 숨만 쉬고 있었다.
누군가 이런 위기의 불행을 미리 예보해 주고 대처하는 것을 알려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낯선 불행을 맞이하고 그리고 그 익숙한 불행을 떠나보내고 있다.
오늘도 나는 익숙한 불행을 떠나보내기 위해 요란한 일기예보를 뒤로 하고 애써 문밖을 나섰다. 하지만 예측된 불행을 뒤엎기라도 한 듯 티 없이 맑고 파아란 하늘이 나를 맞이하였다. 눈부시게 따스한 햇볕은 11월 영하 7도의 추위도 어두운 나의 마음구석도 집어삼켰다.
인생엔 늘 역전도 반전도 있다. 오늘 이 따스한 빛이 나의 체감온도도 삶의 욕구도 올린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처럼 오늘은 살만했다가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처럼 자연이 주는 소소한 선물에 감탄하고 위로받으며, 오늘은 살만하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글, 그림 /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