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 Jan 31. 2024

결핍된 내면아이

내 나이 50줄에 성인을 훌쩍 넘긴 두 아이와 초등생 6학년 늦둥이까지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내 마음속  결핍된 어린아이는 늘 존재한다.  프로이트심리발달단계 이론까지 빌리자면 나의 출생환경은 욕구충족의 리비도 1단계 강기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아들을 훨씬 귀하게 여기였던 시대를 사신 우리 엄마는  아들하나 못 낳는다는 타박의  모진 시집살이 중에 야속하게도 나는 또또또또또딸, 다섯 번째의 딸 반열에 올랐다. 절망에 절망을 이은 우리 엄마를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주위 사람의 회유책이었을까. 지금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으면 그다음은 아들이라고,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에 우리 엄마는 귀가 솔깃하셔서, 나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모유수유를 강탈당했다.  


하.. 정말 할 말이 없다.

세대가 겨우  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넘쳐나는 정보에 너도나도 아이들을 최신정보로 잘 키워내느라 난리인 이 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프로이트의 첫 발달단계인 구강기의 모유수유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펼치는지 이젠 모든 젊은 엄마들은 굳이 심리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줄줄이 꾀고 있는 정보이다. 그런데 나의 어린 시절의 구강기는 밑도 끝도 없는 유언비어에 무참히 짓밟혔다. 이 1단계 스토리는 시작에 불과한 스토리 그다음은  2단계 3단계 스토리는 첩첩산중이다.  너무 길어질 것을 염려하여 오늘은 1단계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1단계 구강기에서부터의 욕구불만과 결핍감은  늘 나의 친구다.  결핍감과 작별하려 무던히도 애써봤지만  나의 그림자처럼 원형이 되어 늘 따라다닌다.  나의 정수리에 빛이 강렬히 쬐일 땐 그 그림자는 짧아지지만,  또 방심한 그 어느 사이에선가 길쭉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나를 파괴한다.


그 욕구, 욕망(리비도) 이란 놈은 잘 다스리스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열정이 된다. 하지만 이 리비도가  충족된  경험이 부족한 나는   목마르다. 공허한 벌판에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 스스로 나를 채울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다. 한 번도 활활 타오른 적이 없는 젖은 장작나무처럼 나의 삶은 늘 쳐져 있었다.

깊이 감추어진 욕구들은 스스로 억압되어  무의식의 어두운 감옥 속에 갇혀버리고,

 나는  한 번도  내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늘 공허하다. 쟁취보다 익숙한 포기를 선택하는 습관은 나를 방황케 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 , 나를  죽이는 죽음의 본능으로 까지 이르게 되니  이 또한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포기한 좌절감의 분노가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참으로 프로이트는  대단한 것 같다. 생존본능에서 죽음의 본능까지 말씀하셨으니 알파와 오메가의 구성에 가까운 듯하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겠으나 마무리는 그리 초라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포기보다 쟁취로 향하길 바란다.


오늘은 왠지,

법 완벽해 보이는 환경에서 잘 자라난 정원의 화려한 장미보다, 거친 광야에서 홀로 핀 이름 모를 그 흔한 들꽃에 마음이 더 끌린다.

오늘은 들꽃향기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나 결핍된 마음을 다독 거려 보아야겠다.


글. 그림 / 망고





작가의 이전글 삶의 본능 죽음의 본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