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그녀는 초라해진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세상은 눈부시게 빛나는데, 자신은 어둠에 갇힌 듯했다.
그럴 때면 신의 말씀이 떠올랐다.
“항상 기뻐하라. 감사하라. 찬양하라.”
그러나 그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신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한때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한 사람으로 차마 저주를 퍼붓지는 못했지만, 그 말씀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가슴에 박혀 있었다.
또 누군가는 그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항상 ‘덕분입니다’라고 말해. 마법처럼 네 삶이 달라질 거야.”
처음 들었을 때 그녀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무슨 덕을 봤다는 말인가?
누구 ‘덕분에’라는 건가?
그녀의 인생은 차라리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았는데.
아이와 마주 앉아 그림책을 읽던 어느 날,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 이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마음 아픈 시간, 또 누군가에게는 힘을 주는 시간… 설레었던 시간, 실망했던 시간, 기다리던 시간… 시간이 모여 세상을 만들고...”
문장을 잇는 동안 눈가가 젖었다.
시간은 흐르는 듯 멀어져 갔지만, 사실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무너진 세상 위에도, 새로운 층이 조용히 세워지고 있었다.
“엄마, 왜 울어?”
아이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무너진 자신을 외면한 채 아이를 살리려는 만용을 부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죽은 영혼은 새 생명을 키울 수 없는데… 내가 왜, 죽어야 너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그녀는 살고 싶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바위를 밀어내고, 목구멍을 막던 솜과 모래를 토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입을 떼는 것조차 어려웠다.
“덕분에....”
겨우 입술 끝에서 흘러나온 세 음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떨어졌지만, 그 말은 조금씩 그녀를 열어주었다.
얼굴이 달아올라 눈을 마주치지 못했지만,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말을 토해내듯 내뱉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대의 수줍은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무표정했던 얼굴에 환한 빛이 번졌다.
죽은 말 같던 ‘덕분에’가 서서히 생기를 띠었다.
상대의 미소는 말이 되어 돌아왔다.
“힘들었지.”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네가 해낸 거야.” “함께해서 좋았어.”
그제야 그녀는 알았다.
자신은 오랫동안 ‘때문에’라는 말에 갇혀 살았다는 것을.
그 말은 세상을 가르고, 사람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라놓았다. 무겁게 내려앉아 상처를 고착시키는 말이었다.
‘덕분에’라는 말은 달랐다.
그 말은 상대를 세우고, 동시에 자신을 세웠다.
입술에서 흘러나온 순간, ‘파하!’ 하고 비로소 숨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