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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가 이래서 좋지

나의 25년 절친

by 포롱

느닷없이 약속했다.

“내일 산에 갈까?”

“그래.”

“어디?”

“검단산 가지 뭐.”

“몇 시에?”

“여름이니까 6시 30분 산행시작.”

“오케이”


새벽산행인데도 땀이 비 오듯 한다.

말하기 싫다.

그래서 안 한다.

“...”

“힘들어?”

“응.”

한 시간 넘도록 숨소리만 들린다.

눈치 안 본다.

25년 우정 이래서 좋다.


“물 좀 먹을까?”

“그러자.”

가방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

바쁘고 힘들어서 물만 챙겨 왔다.

그래도 미안하지 않다.


정상 인증 패스!

왜냐면,

또 올 거니까.

정상석 옆 의자에 벌러덩 누웠다.

다리가 제 멋대로다.

그래도 괜찮다.

이 남자 친구 앞에선.


하산길,

바람 불어 좋은 길

급 기분이 좋아졌다.

엉덩이가 절로 씰룩거린다.

이성 앞에서 이래도 되냐고?

그래도 된다!

고 확신한다.


산밑 커피집에 퍼질러 앉았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비싼 치킨랩 맛없다.

“이거 먹어.”

받아서 우적우적 먹는 나의 절친.


“내일은 뭐 할 거야?”

“뭘 꼭 해야 해?”

“응.”

“집에서 쉴 거야.”

“음...”

“뭐 하고 싶은데?”

“청소!”


나는 베프랑 25년째 같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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