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선생님...

한 주 거른 교단일기 기다리며 슬프다는 제자들

by 포롱

꿈나라 친구들 잘 지내고 있니?

하이클래스에 선생님이 안 보여 궁금했니?

매주 올라오던 선생님 일기를 혹시나 기다렸니?

선생님은 방학날부터 집에서 거의 일주일을 칩거했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긴장의 연속이기에 방학이 다가올 즈음엔 많이들 아프단다.

마음도 체력도 방전돼 모든 것과 단절하고 싶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올라오는 너희들 근황 소식에 혼자 미소 짓고 있었다.

일기숙제 낸다고 투덜거리던 도*이가 1번 타자로 게시판에 소식 전했을 땐 웃음이 나왔다.

방학을 맞은 상*이의 갈팡질팡 마음표현도 재밌고, 아빠랑 짜장면 먹고 목욕탕 가는 *언이, 채*이 닮은 귀여운 농담곰, 매일 복싱학원 가서 샌드백을 열심히 두드릴 *하도 반가웠어.

동생 생일파티를 2박 3일간 하는 행복한 *율이네, 하*이가 민*이와 승*와 물총놀이 하는 장면도 눈앞에 그려졌단다. 운동 마니아 *훈이가 주짓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나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어. *준이가 선생님 모습이 안 보여서 슬프다고 했을 땐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최원태를 LG에 줘버린 키움 때문에 우리 집 식구 모두는 눈물 흘렸는데 *준아 넌 안 울었니?

더위를 피해서 광명동굴 나들이 한 민*이네의 탁월한 선택, 만화책을 뜯어서 벽에 붙이는 *진이의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에 감탄했다. *균이가 잠실 맨시티 팝스토어에 가서 LG 유니폼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보였을 땐 박수를 쳤다. LG 올해 프로야구 우승 각이니 열심히 응원하렴.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던 어제 오후 실시간으로 올라온 채*이와 아*이의 글엔 우산을 들고 뛰어가야 하나 생각도 했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행복했다는 아*이와 진*이 말에 선생님도 그런 추억이 생각났어.


방학 첫 주가 지났다.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니? 선생님은 이번주부터는 연수도 듣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날 거야. 지금은 마포 도서관에 와서 책 읽고 있단다. 다음 주에는 지리산 3박 4일 종주에 도전해보려고 해. 너희들도 계획한 것들 하나씩 하나씩 다해보렴. 윤*이처럼 OTT 속의 좋은 영화들도 실컷보고 *민이처럼 좋아하는 스포츠 관람도 원 없이 하는 거야.

*윤이 말처럼 ‘시작도 끝도 행복한’ 날들을 빼곡히 채워서 마지막 초등시절의 여름방학을 후회 없이 보내렴. 벌써 너희들이 보고 싶구나. 우당탕탕 정신없는 날들이 후다닥 지나갔지만 너희들과 함께 해서 잊지 못할 1학기였어. 훌쩍 성장해서 만날 2학기가 많이 기대돼. 헤어지는 날까지 좋은 친구들과 6학년의 마지막을 만들 수 있기를... 한 명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다 개학날 만나자.

또 소식 전할게. 안녕.

2023.7월의 마지막날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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