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걱정하는 아이들

by 포롱

17년 교직생활 중 결근을 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작년 코로나로 일주일 출근 못한 걸 제외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갔던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 탓인지 겨울이면 늘 감기에 시달린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집에서는 열이 펄펄 나고 골골했다가도 학교만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했다. 급성 편도선염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도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수업을 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10년 전쯤 ‘당일 퇴원’ 가능하다는 병원의 홍보를 철썩 믿고 평일에 비뇨기과 관련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도저히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팠다. 그 와중에도 학교는 가야 된다는 생각에 친한 선생님께 SOS를 쳤고 동료의 부축을 받고 출근을 했다.


하늘이 두쪽 나도 학교는 가야 한다고 믿던 평범한 교사가 결근을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두고 당일 아침 병가를 냈다.

몸도 마음도 지친 교사들의 절박함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교사의 80프로 이상이 결근한 학교는 비상이었다.

4교시 단축수업으로 바꾸고 체육관에서 단체 진로교육을 했단다.


‘오늘 유현미 선생님 보고 싶다ㅠㅠ’

‘선생님이 없으니 **이와 **이가 애들을 놀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아침부터 교실이 시끄럽다.’

‘선생님이 안 오셔서 반이 개판이다.’

아이들 아침두줄노트를 보다 울다 웃었다.

학기 초부터 학교생활 루틴을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선생님 없는 교실은 엉망진창이구나.


하루 만에 돌아온 교실에 아이들이 웃으면서 다가온다.

“선생님도 우리 때문에 힘들어요?”

“우리가 더 잘할게요. 힘내세요.”

해맑고 순수한 얼굴을 보며 우울한 마음을 떨쳐본다.


그러다 또 수업시간 감정 폭발한 톰과 제리.

끝장이라도 볼 것처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두 녀석.

복도로 불러내서 두 아이를 쳐다봤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숨만 쉬었다.

“......”

“......”

“너희들이 선생님이라면 어떡할래?

뭘 어찌하면 사이좋게 지낼래?

선생님 진짜 힘들다.”

한 녀석이 갑자기 내 손을 잡는다.

“선생님, 우리가 속 썩여도 절대 죽으시면 안 돼요.

우리끼리 잘 해결할게요.

**아, 내가 욱해서 너한테 막말했어. 미안해. 다음부터 조심할게.”

제리의 갑작스러운 화해에 감정 정리가 안 되는 톰,

여전히 씩씩거린다.

제리가 톰을 계속 달랜다.

“**아, 선생님 힘드시잖아. 우리끼리 잘 해결하자.

지금 수업시간이니까 이따가 얘기하자.

선생님, 우리 괜찮아요. 이제 화해했어요. 진짜예요.”

헐,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감정 제어가 힘든 아이들,

맨날 버럭버럭해서 소리 지르고 싸우는 아이들,

그.러.면.서.도

선생님 걱정하고 선생님 보호하려는 금쪽이와 은쪽이,

미워할 수가 없다.

잇따른 교사들의 비보

교육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집단 우울증을 우려하고 베르테르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 최고 지성 집단이 아닌가.


선생님,

포기하지 말아요.

선생님,

멈추지 말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응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동료만 보자고!

중얼중얼 간절한 주문 걸어본다.

"선생님, 우리 어때요?" 티격태격하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잘도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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