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 달간 진행된 교사들의 글쓰기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았다. 김진수, 유영미 선생님의 기획으로 전국의 19인 교사들의 글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온라인으로 매일 글을 쓰고 서로 읽어주다 책을 만들어보자 의기투합, 기적처럼 출판사가 정해지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9월 13일 서점으로 책이 깔리고 드디어 10월 22일 전국의 작가선생님이 한자리에 모여 출판기념회까지 열었다. 5개월의 긴 장정,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설렘
선생님들과의 첫 만남. 줌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조합이 가능할까 싶다. 창원 진주 영주 대전 등 전국에서 이제 막 임용된 2년 차 선생님부터 퇴임을 바라본다는 선생님까지 글 쓰는 삶을 꿈꾸며 모인 사람들.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선배들의 교실이 궁금해서 왔다, 날로 힘든 학교생활에 산소호흡기를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다. 교직에 있는 한 우리는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비슷한 갈등과 고민을 할 수밖에 없구나. 서로 토닥여주며 속삭였다. ‘한 달 우리 글 친구 해봐요.’ 멋진 선생님들과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돼 한껏 부풀었던 날이었다.
*열정
학교는 폐쇄된 공간이다. 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선생님과 학생이 공개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19명의 교사가 서로의 교실 이야기를 해주니 그 재미가 남달랐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록은 유쾌 발랄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지만 힘든 상황에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의 고백엔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10년 넘게 명상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비법도 공개하고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붕괴한 교실을 바로 잡은 사연 등 저마다의 경험담도 생생했다. ‘고마워’를 하루에 100번씩 외치자 달라지는 교실, 귀신의 집을 함께 만들며 하나 되는 아이들의 모습…. 학생에게 9경의 거액 뇌물을 종이로 받으며 웃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제자에게 사랑 고백받고 흐뭇해하며, 수줍은 손으로 전달한 멘토스 한 알의 달콤함을 함께 했다. 일기를 쓰고 읽으면서 함께 울고 웃었다.
매일 글 한 편을 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댓글로 격려해 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수북이 쌓이는 일기가 자극돼 매일 책상에 앉았다. 스쳐 가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가 글 친구를 만나 끊임없이 소곤거리는 시간이 선물처럼 지나갔다.
*용기
나의 교실을 보여주고 나의 수업을 들려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용감해져야 한다. 비루하게 비치면 어쩌나, 보잘것없는 수준을 들키는 건 아닌가, 포장하지 않은 민낯이 외면당하지는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하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그냥 쓰자.’ 교실 이야기에서 시작한 일기가 자기 이야기로 바뀌고 있었다. 리코더와 태극권을 하면서 슬픔을 이겨나가는 선생님을 안아주고 싶었다. 허리가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에 어느 날 화해했다는 선생님의 고백엔 눈물이 핑 돌았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엄마의 삶을 살아낸 아니 살고 있는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는 게 다양하면서도 비슷하구나. 수백 리 떨어진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는다는 게 신기했다.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우린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결실
9월 13일. ‘어서 오세요, 좌충우돌 행복교실입니다.’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됐다. 아침 댓바람부터 카페에서 서점이 문 열기를 기다렸다. 11시 정각에 맞춰 오픈런. 심장이 두근거렸다. 에세이 코너에 당당히 자리 잡은 개나리색 표지의 귀여운 책. 선생님들의 이름이 첫 장에 쫙 펼쳐져 있다. 그 가운데 내 이름이 수줍게 숨어있다. 가만히 다가가 마치 처음 보는 글인 양 뒤적여본다. 그리고 슬쩍 집었다. 계산대 직원이 미소를 짓는다. 내 글이 여기 실린 걸 아나? 뿌듯하고 으쓱한 마음으로 가슴에 품고 나오는데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머리를 맞대면 뭔가 되긴 되는구나. 그 결실이 참 달콤하다.
*끝 말고 시작
우리만의 출간 자축파티를 하기로 했다. 글로 만난 인연은 어떤 분위기를 만들까. 새벽밥을 먹고, KTX 타고, 먼 길 운전해서 서울역 파티룸에 오신 전국의 작가 선생님들. 첫 대면이지만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듣기 좋은 멘트를 마구 날려준다. 글을 쓰면서 달라진 삶에 대한 간증도 이어졌다.
우리 선생님들은 참 못 하는 게 없다. 뚝딱뚝딱 파티룸이 멋지게 변했다. 플래카드가 달리고 풍선을 불고 예쁜 꽃도 올려본다. ‘글 쓰는 교사’라는 주제로 짧은 특강과 함께 축하 공연 리코더 합주가 이어졌다. ‘꿈꾸지 않으면’ 선율에 지난여름 뜨거운 거리에서 함께 한 기억에 가슴 뭉클했다. 북 퀴즈, 선물 추첨과 꽃다발 교환, 포토타임을 가지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일정이 끝났다. 헤어짐이 아쉬워 누구 하나 일어서질 못했다. 못다 한 이야기 글 안부로 전하자는 말로 인사를 갈음하며 뒤돌아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