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금지’ ‘동생들아 이렇게 싸우면 안 돼’ 피켓 보이와 피켓 걸을 등장 시키자.”
3주간 아이들과 온통 학예회 준비에 열중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궁리했다.
등교해선 아이들과 머리를 맞댔다.
조명, 음향, 안무, 소품, 제작과정 촬영 필름(메이킹 필름) 만들기, 포스터 제작 등 자기가 맡은 역할을 아이들은 충실히 따라줬다.
대본이 수차례 수정되고 연습을 할수록 연기가 자연스러워지고 능청스러워졌다.
제작과정 촬영 필름이 완성돼 학부모님과 동생들 각 반에 전송했다.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도 교내 곳곳에 붙였다.
“너희들 잘할 수 있겠지?”
“선생님, 우릴 못 믿어요?”
“아니, 믿지! 너희들 안 믿으면 누굴 믿겠니!”
우쿨렐레로 ‘제주도 푸른 밤’을 감미롭게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여자아이들.
감미롭다.
“북한에도 갈 만한 곳이 천지삐까린데 왜 굳이 남조선으로 가자는 기야?
금강산 가자 야!!”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남자아이들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니 무대가 한껏 달아오른다.
“비릿한 제주 갈치보다는 담백한 개성 만둣국이 최고지!”
“무슨 소리야, 금강산보다 한라산이 더 좋거든?”
서로 싸우던 남녀 아이들이 한순간 멈춘다.
“우리가 어른들하고 지금 똑같아! 어른들 그런 모습 우린 배우지 말자!”
맞아 맞아! 옳소 옳소! 동감이야!
남북한 우리 땅 구석구석 꼬부랑 고갯길을 걸어가 보자고 천연덕스럽게 외친다.
오호~~
연습이 헛되지 않았구나.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우쿨렐레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뜨거운 박수에 무대를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에 만족감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아이들에게 엄지 척을 해줬다.
“우리 좀 멋있죠?”
“거 봐요. 걱정하지 말랬잖아요.”
“선생님, 이 정도면 동생들 앞에서 어깨 으쓱해도 되죠?”
교장 선생님께서 내 손까지 잡으시며 감탄하셨고 손수 아이들을 찾아오셔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어쩜 그렇게 실감 나게 북한말을 하냐, 춤은 언제 연습을 했냐, 우쿨렐레 연주가 멋있다 등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홀가분한데 뭔가 아쉬워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마음이 이상하다.’ ‘나중에 수능 시험도 마치고 나면 이런 기분일까?’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이런 무대는 불가능했을 거다. 하나에서 열까지 감사하다.’ ‘10분도 채 안 되는 무대를 준비한 우리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두 시간 공연은 어떻게 하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덜덜 떨렸는데 올라가니 오히려 편안해졌다. 그 시간을 우린 즐겼다. 우린 은근 무대 체질임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