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앙숙이 농구장 절친된 날

by 포롱

톰과 제리가 경매에 참여해 농구장 나들이 쿠폰을 함께 거머쥐자

반 아이들이 모두 큰일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두 아이가 붙었으니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주먹질하는 거 아니냐, 사람들 많은 데서 욕이라도 하며 싸우면

무슨 망신이냐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멤버를 바꾸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두 앙숙이 친해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둘이 언쟁이라도 붙을라치면 일부러 나들이를 상기시켰다.

“잠실체육관까지 뭐 타고 갈까?”

“경기 시작은 저녁 7시인데 우린 몇 시에 만날래?”

“출발하기 전에 밥은 어디서 먹을지 생각해 봐.”

“농구장서 간식은 뭐 사지?”

톰과 제리는 생각만으로도 신난다는 듯 이내 표정이 바뀌었다.

나들이를 앞두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사이좋은 나날을 보냈다.

에너지 많고 다혈질인 두 녀석이

맛있는 특식이라도 나오는 날엔 더 먹겠다고 싸우는 게 일상이었는데

서로 양보하며 엄지 척까지 했다.

“선생님, 쟤네 요즘 무슨 일이래요?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요.”


그런데 나들이 당일 제리가 안 좋아 보였다.

“열이 좀 나는 것 같다. 보건실 다녀올래?”

잠시 후 보건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열이 너무 높아서 집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괜찮다는 아이를 억지로 조퇴를 시켰다.

톰은 내 주변을 맴돌며 안절부절못했다.

“선생님, 제리 어떡해요. 오늘 못 가요?”

다른 아이들은 한 장의 티켓을 두고 서로 사겠다고 난리였다.

톰이 한마디 한다.

“먼저 제리 의견을 들어봐야 하잖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고.”

이 녀석 의리 있네.


잠시 뒤 제리 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내셨다.

병원약 먹고 쉬고 있는 제리가 농구장은 꼭 가겠다고 고집이란다.

열 떨어지면 농구장 보내도 되냐고 물으셨다.

치킨 두 마리 들고 좋아하는 아이들

오후 5시 제리가 하얀색 롱파카로 온몸을 둥둥 감싸고 백곰처럼 나타났다.

병원 갔다 쉬었더니 말짱해졌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농구장으로 가는 길 두 앙숙이 너무 정답다.

톰은 전철에서 제리를 위해 자리까지 양보했다.

함께 간 친구들도 그 모습이 낯설고 신기한지 연신 웃었다.


월요일임에도 농구장엔 관중이 많았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중간 중간 댄스로 응원을 하며 흥을 돋구었다.

3점 슛이 성공할 때마다 톰과 제리는 음악에 맞춰 수시로 춤을 췄다.

“치킨 두 마리 넷이서 실컷 먹어라.”

“선생님, 우리 싸우지 말라고 이렇게 많이 사주시는 거예요?”

“어찌 알았지?”

“선생님도 드세요.”

닭다리를 사이좋게 뜯는 두 녀석을 보는데 자꾸 웃음이 난다.

긴 줄을 서서 팝콘까지 사 들고 온 톰은 아픈 제리에게 연신 먹으라고 내밀었다.

이놈들이 원래 이렇게 사랑스러웠나.

경기 끝난 후 수많은 인파 속에서 친구를 잃을까 팔짱 끼는 톰과 제리.

귀가하면서 톰과 제리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헤어졌다.

싸우지 않고 이렇게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게 스스로도 대견한가 보다.

내일 또 티격태격하겠지만

오늘의 기억으로 한 뼘 가까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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