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생채기를 내지는 말자

by 포롱

4교시 영어교과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앞문으로 나오시던 선생님께서 나를 보시고 하소연을 하신다.

“요즘 5반 수업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아. 힘들어 죽겠어.”

“그 정도예요? 학기말이라고 좀 붕 떠 있긴 해요.”

“아니 다른 반하고 너무 달라. 선생님이 뭘 좀 해야겠어.”

“아~ 네. 아이들하고 얘기해 볼게요.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 ‘이상하다’ ‘산만하다’ ‘의욕이 없다’며

다른 반과 비교까지 해가며 한참을 쏟아내셨다.

여자애들 몇이 뭔가 억울하다는 듯 선생님을 따라 나왔다.

“선생님. 우리가요. 그게요.”

“특히 얘네들~~. 반성은 안 하고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 좀 봐.”

여자애들은 나를 보고는 눈물까지 글썽인다.

일단 교실로 들어가 얘기하자며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이 녀석들 교과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길래 라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우리 반 아이들이 그 정도인가? 내가 반 분위기를 잘못 조성했나? 하는 자책까지 들었다.

교실로 들어가니 아이들도 풀이 죽어 있다.

회장을 불러 수업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더니

특정 여자아이들이 많이 떠들어서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할 말 있다며 손을 번쩍번쩍 든다.

아이들의 불만도 꽤 많았다.

선생님이 너무 감정이 널을 뛴다고도 했고

다른 반과 비교도 많이 하고

특정 아이들만 칭찬을 해서 마음이 상한다고 했다.

한 아이는 선생님이 쓰시는 특정용어를 들며

‘아무리 어른이지만 그건 너무 하신 거잖아요.’한다.

한숨이 나왔다.


‘선생님도 보통사람이다’라는 얘기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성향도 특성도 수업 스타일도 가치관도 다양하다.’라는 얘기와

‘여러 반을 가르치는 교과 선생님이 더 힘들 것이다.’며

‘너희들이 좀 더 노력하라.’는 훈계로 마무리지었다.

학급회의 시간엔 교과시간에 수업분위기 조성을 위한

방법도 고민해 보라 했다.

수다 떠는 요주의 인물들을 뚝 뚝 떼어 놓고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학생은 벌금도 매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실 나도 마음이 많이 상했다.

선배 교사의 걸러내지 않은 표현에 어질어질했다.

이웃집 어른이 내 아들딸 흉을 보며 ‘애들 가정교육 좀 잘 시키라’는 한소리 한 것 같다.

급식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이가 다가와서 그런다.

“선생님, 우리가 더 잘할게요. 밥 드세요.”


겨울방학을 앞두고 6학년 교실이 어수선해진 것은 사실이다.

옆반에서는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가 곪아서 학폭으로 터졌다.

동선생님들도 방학을 디스카운팅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오늘 교과 선생님의 분노, 짜증, 무기력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춘기 아이들의 들쭉날쭉한 감정을 혼자서 감당해 내야 하는 유일한 어른.

감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안정되고 성숙하게 모든 걸 표현해 내야 하는 이 직업.

그 과정이 걸러지지 않고 매끄러워야 한다.

어른인 교사가 어린 학생을 끊임없이 가르치며 인내하는 문제라 생각해 버리면 의외로 단순할 수 있지만 어디 말처럼 그게 쉬운 일인가.

요즘 주변의 많은 교사들이 짜증, 무기력, 불안, 우울증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호소한다.

친한 후배는 한 학부모가 끊임없이 자격미달을 운운하며 공격하는 통에

스트레스성 돌발난청으로 석 달 병가를 냈다.

10년도 넘게 만난 한 친구는 ‘학폭에 시달려 더 이상 모임에 못 나가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교실을 둘러본다.

확실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친구가 맘에 안 든다고, 왜 자기한테만 그러냐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가만히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집에서부터 트라우마를 안고 학교로 오는 아이도 다수다.

감정적으로 돌봐지지 않은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돌봐야 하는 교사들의 어려움.

하지만 교사의 노력이 항상 응원과 격려를 받는 것도 아니다.

비난만 받지 않아도 다행이다.

정작 교사의 불안정한 감정과 에너지의 소진은 누가 돌봐줄 것인가.


잠시뒤 영어선생님께서 문자를 보내셨다.

당신이 너무 흥분해서 과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개의치 말라고 하신다.

아이들 특성에 맞게 더 고민하시겠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선생님도 나도 아이들도 오늘 너무 애썼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교실 앙숙이 농구장 절친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