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만 안 생겨도 6학년 성공이야

학년말 교실 풍경

by 포롱

공부하기 숨차요!

6학년 교육과정 왜 이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내용이 진짜 많다.

나름 재구성을 해도 꼭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게 빽빽하다.

방학 직전, 아니 졸업 직전까지 진도 나가게 생겼다.

모둠 활동에 수행평가에 힘들지?

함께 놀고도 싶고 추억도 더 만들고 싶은데 어쩌냐.

미안해 얘들아!


금융교실 마지막은 돈 펑펑

“배움 노트 면제권 살래요.”

“비싼 짝꿍 선택권 썼습니다.”

“알림장 안 써요, 쿠폰요!”

1년을 마무리하는 경제교실은

돈 쓰는 아이들로 넘친다.

쿠폰 가격을 올려도 소용이 없다.

모으는 재미 만끽하던 녀석들이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 돈 현금으로 전환해 기부하자고 해도

귓등으로 듣는다.

‘열심히 인생 살아온 자의 행복한 노후’라나 어쩌나.


문집은 왜 또 시작해서

“제발 주제 글쓰기 좀 한글 파일로 제출하라고!”

학원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녀석들.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데 혼자만 발 동동 굴린다.

수업시간 컴퓨터실 가서 시간을 주고 싶지만

빡빡한 일정에 틈이 안 난다.

다음 주에는 문집 인쇄비용 마련을 위한 당근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은 팔 물건을 만들었다.

양말목으로 열쇠고리, 냄비 받침을 만들고

예쁜 구슬로 반지 팔찌 작업도 했다.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드는 아이도 있다.

이제 집에서 가져오는 물품 정리, 간식 꾸러미 포장,

마켓 홍보 포스터가 남았다.

“우리는 못 사요?”

문집 비용 마련이라는 마켓 목적을 강조했다.

재고 남으면 우리가 다 사자고 했는데

안 팔려도 속상하고 다 팔려도 속상할 듯하다.


감동 있는 마지막날을 위하여

2월 등교 날이 얼마 안 돼 졸업식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

졸업장, 상장, 기념품, 현수막, 풍선 장식 등 챙겨야 할 게 참 많다.

비슷비슷한 행사가 아닌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가 없을까?

10년 전 한복 입고 등장한 선생님을 보고 빵 터졌던 제자들,

세월이 많이 변해 이젠 한복은 안 되겠다.

애들은 신나서 해맑은데 나 혼자 눈물콧물 흘리는 건 아닌지.

얼굴 사진 하나 들어가는 것도 기겁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내 몸이 열 개라면….

교사들에게 12월은 정말 숨 가쁘다.

생활기록부도 채워야 하고 성적 마무리도 하고

각종 1년 계획의 보고서도 써서 제출해야 한다.

과목마다 수행평가는 다 했는지

생활기록부 항목은 다 채웠는지

행동발달 쫑알에 어떤 말을 더 채울까.

매일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다.

할 일을 싸 들고 갔다가 집에 갔다가

고대로 또 들고 출근한다.


벌써 마음은 중딩이니?

바쁜 담임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어느 중학교 교복이 예쁜지,

반 배치고사는 어려워 손도 못 댄다더라,

중학교 교실엔 쉬는 시간 선생님이 진짜 없냐,

그럼 휴대폰도 맘대로 쓰는 거냐?

설렘과 기대와 두려움이 혼재하는 대화가 오간다.

컴퓨터 화면에 코 빠뜨리고 있다가

고개 들어 제자들을 바라본다.

1년 새 훌쩍 성장한 모습이 대견하다.


여전히 우당탕 아슬아슬 학년 말

작년 6학년 학교 폭력 사건은 대부분 12월에 일어났다.

반마다 쌓였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년 말에 곪아 터지는 것이다.

우리 교실도 매일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감정이 버럭 대고 막말이 오가는 살벌한 순간들.

스스로 흘러가게 두기도 하고

교사가 개입하기도 한다.

매번 반복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조금 성장한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

꿈나라의 1년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덧붙이는 말

2023년 꿈나라를

반은 독재국가, 반은 민주국가였다고

평가하는 국민들.

내년 후배들에겐 완전한 민주국가를 선사하라는데?

대통령,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단호히 거부!

체험학습으로 학교 안 온 친구 빈자리를 옷과 신발 교과서로 감쪽같이 꾸몄다.
교과선생님 들어오셔서 "거기 엎드려있는 ***!!일어나!!!"그 순간 폭소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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