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성공할까?

문집 인쇄비 마련 위한 두 달 프로젝트 첫 이야기

by 포롱


아이들에게 주말 동안 그 어떤 것도 좋으니

집에서 안 쓰는 물품들을 찾아보라는 숙제를 냈다.

그런데 월요일에 목록을 제출한 아이는 딱 세 명이었다.

6학년 데리고 학년 말에 뭐 하나 진행하는 게 이리 힘들 줄 몰랐다.

참다 참다 폭발했다.

도대체 너희들의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며

학교 공부와 활동이 학원에 밀리고 유튜브에 밀리는 게

말이 되냐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구슬로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놓은 친구,

양말목으로 냄비 받침, 열쇠고리를 완료한 친구,

설탕으로 달고나를 혼자 다 만들고 있는 친구도 있는데

가져올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써 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두 달 전부터 준비한 행사지만

선생님과 몇 명의 친구만으로는 상점을 할 수는 없다며

내일까지 가져오는 목록을 보고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도 놨다.

쓸데없는 물건을 쌓아두는 집이 많지 않음을 알지만

책상 정리 한 번만 해도

안 쓰는 학용품 수두룩할 거라며 일침을 날렸다.


다음날 책상 위로 기증 목록이 쌓였다.

그런데 민*이와 *훈이가 평소와 달리 등교가 늦었다.

9시가 돼서야 헐레벌떡 뛰어온 두 녀석.

“벼룩시장 물품 준비 못 해서요. 편의점 가서 이거 사느라…….”

주머니에서 과자 사탕 초콜릿 젤리를 한주먹씩 내놓는다.

순간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멀쩡한 돈으로 과자를 왜 사냐고.

아이들에게 우리 벼룩시장의 목적을 다시 얘기했다.

‘학급문집 인쇄비 마련을 위한 것이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직접 실천해 보는 기회라는 거,

직접 우리가 뭔가를 만들어보고

환경 보호, 자원 재활용, 환경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수업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벼룩시장을 하루 앞두고 기증 물품이 쏟아졌다.

잠자고 있던 인형들과 멀쩡한 머리핀이 등장하고

책상 속에 숨어있던 학용품의 행렬.

누나를 동원해서 머핀을 구워오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재미로 뽑기를 해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허락도 했다.

동생 데리고 와서 팔면 안 되냐는 농담 던지는 아이들을 보자

그제야 상점을 열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후 아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좁은 교실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한 행사임을 고려해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으로 바꿨다.

대신 저학년 동생들과 그 친구들은 초청대상에 포함했다.

완성된 포스터가 4층과 5층에 붙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이거 안 보고 하교하면 어떡하죠? 내일 돈 들고 와야 하는데….”

다른 반 복도 앞에 벼룩시장 포스터를 붙이는 아이.

상점 오픈 당일.

아침부터 다른 반 친구들이 창문을 힐끔거렸다.

“선생님, 쟤네 왜 저래요? 아직 시간 한참 남았는데….”

“포스터를 보긴 봤나 봐요. 지나가는 4학년 5학년 애들도 올 것 같아요.”

어떤 아이는 손님이 너무 많이 올까 걱정이고

어떤 아이는 손님이 너무 안 올까 걱정이었다.

교실 오픈을 앞두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책상 속을 정리하고 책상 위로 물티슈로 닦았다.

책장 먼지를 닦고 놀잇감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청소기를 돌리고 칠판을 닦고 복도 걸레질을 했다.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할 일을 찾는 아이들.

이런 맛에 고학년을 하긴 한다.

그때였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복도 아이스링크 됐어요.”

깨끗이 하려는 욕심에 복도에 물을 들이부었단다.

바깥 기온은 영하 16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런 날씨에

살얼음이라도 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휴지와 수건을 동원해 바닥 물기 제거에 나섰다.

시장 열기도 전에 탈진할 것 같다.

가게 간판이 만들어지고 화살표로 손님 동선을 안내했다.

구름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복도에 폴리스 라인을 만들었다.

1학기 2학기 전교 회장을 질서유지인으로 임명해

입구와 출구에서 인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한 시간 빨리 급식을 먹고 물건 진열에 들어갔다.

과연 우리 반 벼룩시장은 성공할까?

목표금액 1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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