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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Jan 18. 2024

똑똑 방망이 큰딸  

(2) 캄보디아 여행기 두번째

“현아, 이거 왜 이래?”

“언니, 자꾸 먹통 돼!”

“큰딸, 여기 뭔 말이야? 어쩌란 말이야?”

캄보디아행 e비자를 신청할 때부터 세 식구가 큰딸만 찾았다.

딸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엄마 아빠 동생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도대체 쟤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지?

비행기표도 비싼 직항 대신 환승시간 짧은 저렴한 티켓을 척척 찾았다.


여행 일주일 전 비상이 걸렸다.

“여보, 나 하루 일찍 들어와야 해.”

“어?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환불 안 되는 걸로 했는데.”

아내는 바쁘다는 핑계로 문제 해결을 큰딸에게 토스한다.

큰딸은 밤늦은 시간 이상한 영어발음의 해외결제웹사이트 직원과 가까스로 통화 후  

결국 기존 티켓을 취소하고 새 티켓을 끊는 데 성공했다.

“현아, 예약했던 비행기 티켓을 못 찾겠어. 어쩌지?”

“핸드폰 이리 줘 봐.”

2프로 부족한 엄마를 챙기는 것도 큰 딸이다.


공항 체크인부터 세 식구가 큰딸만 졸졸졸 따라다닌다.

상하이 공항 날씨로 비행기가 연착되자 담당자를 찾아

혹시 환승 비행기 놓칠까 미리 체크한다.

“엄마, 우리 일정은 어떻게 할까?”

두 모녀가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린다.

쿵작이 참 잘도 맞다.

매일 일정을 짜고 동선을 체크하고 먹거리를 정했다.

엄마의 어설픈 기획에 딸의 꼼꼼한 실력이 여행을 채워간다.

앙코르와트를 배경 지식 없이 투어 하는 게 의미 없다며

한국어 영어 가이드를 구하다가 마땅치 않으니

오디오 가이드 파일까지 구해서 귀에 꽂아준다.
 와~ 정말 얘는 못하는 게 없구나.


값싼 현지식당, 마사지샾은 어찌나 잘 찾는지 신기한 재주다.

엄마의 영어가 조금이라도 딸리면 바로 나타나서 도와주는 딸,

낯선 거리도 뚜벅뚜벅 잘 간다.

캬~~

누구 딸인지 참 ‘똑똑 방맹이’이다 ‘똑똑 방맹이’!

더운 날씨 지치는 일정에도 인상 한번 안 찌푸린다.

자유여행의 장점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걸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책임이 뒤따른다.

그 번거로움을 이기고 책임을 묵묵히 해내는 큰딸.

뒤처진 아빠 밀고 동생 잡아당기며 컨디션 안 좋은 엄마까지 보듬는

우리 큰딸은

우리 집 보배다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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