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캄보디아 여행기 첫번째
코로나 이후 떠나는 가족 해외여행이다.
말이 가족여행이지 진짜 속셈은 ‘엄마 소꿉친구 만나기’에 온 식구가 동원됐다.
“수정이를 만나러 가야겠어.”
네 식구 모두 진짜 프놈펜까지 날아갈 줄 정말 몰랐다.
엄마는 미안했던지 여행 후반부 앙코르와트 유적지 투어를 조금 얹었다.
우리 엄마의 추진력은 과히 국보급이다.
일사천리로 비행기 티켓 4장을 끊더니 숙소까지 잡은 그녀.
“거기서 우린 뭐 해?”
딴지 걸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가 어쩌고 10세기부터 수세기간 동남아를 호령했던
크메르 제국의 앙코르 와트가 주절주절...
캄보디아 정말 대단한 나라구나.
그럼 가봐야지.
출국 전 공항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싶은 나와 동생.
그런데 짜잔~하고 집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내놓는
못 말리는 우리 엄마.
동생이 팍 짜증을 낸다.
결국 엄마아빠와 찢어져 우리는 뜨끈한 국밥을 사 먹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엄마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아빠, 샌드위치 2인분 어떡했어?”
아빠는 너네도 그걸 봤어야 했다며 혼자 본 게 아깝다고 했다.
엄마는 멀쩡한 음식을 도저히 못 버린다며
먹이 찾는 하이에나처럼 목표물에 접근해 성공,
중년의 아주머니들께 덥석 안겼단다.
그분들 그 맛없는 건강식 샌드위치를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는데
우리 눈으로 보지 않고는 못 믿겠다.
그런데 공항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경계심 하나 없이
먹거리 넙죽 받는 그 아주머니들도 연구대상이다 연구대상!
상하이행 비행기에서 20대 청년과 비행 내내 소곤거리던 엄마.
젊음이 어쩌고 사랑이 어쩌고... AI 전공이 어떻고 작은딸 선배네 주절주절...
앞자리에 앉은 우리들까지 귀 쫑긋 하게 만드는 저 마력의 이야기꾼.
환승지 헤어지는 게이트에서 젊은이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엄마, 뭐야? 저 사람?”
우리까지 궁금증 발동.
“변심한 애인 확인하러 지금 이집트 간대.”
“엥? 얘기 더 해줘.”
완전 영화 같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쫘아악 펼쳐진다.
호기심 천국 우리 엄마는 그렇다 치고 시시콜콜 속 다 털어놓는 젊은이는 또 뭐지?
아빠도 한마디 거든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얘기하고 싶어 해.
이집트 애인 사진 보여달라니까 바로 보여주던데.”
헐~~~ 저 세상급 무례함이다. 우리로선 절대 네버 이해불가다.
“진짜 소피 마르소도 울고 갈 미모였어.”
아, 아버지까지 왜 그러셔요.
부창부수 천생연분 막상막하 개찐도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친화력으로 여행이 즐거웠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놈펜행 비행기 안에서는 중국 아저씨랑 바디 랭귀지로 대화를 하더니
짐 찾으며 아는 척하는 두 사람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엄마의 천진 발랄함의 정점은 현지 가이드 ‘소팟’과의 캐미였다.
소팟은 엄마 친구 수정이 아줌마가 소개해준 차량 운전사다.
캄보디아에서의 6일 동안 차를 운전해 준 소팟은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말만 하면 데려다주셨다.
그런데 이 분이 영어가 쪼오금 됐다.
엄마의 오지랖 마수가 이내 소팟에게로 뻗쳤다.
첫날부터 호구조사 들어가더니 여행 내내 끝도 없이 친해졌다.
짧은 영어 단어로 어찌 저렇게 오만 얘기가 가능한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소팟과 정이 폭 들어버린 엄마는 그를 살뜰히 챙겼다.
밥 먹을 때도 늘 함께,
소팟 피곤할까 봐 이동 동선까지 배려해 준다.
착하고 성실한 소팟이 동생 같다나.
결국엔 소팟의 아내와 딸까지 상봉했고
형님네 선물가게까지 가봤다.
헤어지는 날은 오누이 마냥 진한 포옹에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우리 엄마.
한반도를 덮고 캄보디아까지 덮친 그녀의 오지랖.
아빠는 창피하지 않을까.
“재밌잖아. 그리고 귀엽잖아. 아빠 눈엔 원더풀!!”
통통 튀는 여행을 원하시나요?
그럼 우리 엄마랑 함께 떠나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