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서 만난 것들
태백산의 봄날은 어떨까.
주목나무들이 등장한다면 태백산의 정상에 거의 왔다고 보면 된다. 살아있는 주목나무도 볼만하지만 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실은 죽은 주목나무다. 붉은빛도 잃었고 초록 이파리 하나 없는 고목이다. 하지만 특유의 미끈함과 간결함으로 위압감이 대단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정한 모습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무수한 생명들 가운데 당당히 뿌리박고 버티는 모습을 넋을 놓고 봤다. 기이하게 휜 나뭇가지를 뽐내기도 했고 온몸을 다 줘버리고 빈 구멍만 남은 모습도 처연하고도 엄숙했다. 고작 100년도 못 사는 우리가 주목나무를 제대로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