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구아르와 책방할아버지' 1
수레국화 양로원에 책방 할아버지가 산다. 책방 할아버지 피키에씨 방에는 책 3천 권이 있다. 파킨슨병이 악화한 그는 이제 시력마저 잃어가고 있어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다. 이제 막 양로원에서 일하게 된 열여덟 청년 그레구아르. 그는 2만 7천 권의 책을 처분하며 고통스러웠다는 피키에씨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레구아르는 속으로 말한다. ‘왜냐고? 우리집엔 책이라고 할만한 게 한 권도 없어요.’
집에 책이라고는 한 권도 없던 ‘그레구아르’가 책방 할아버지를 만난 건 운명일지 모른다. 조카들을 위해 방학마다 문고판 책들을 보내주셨던 수정이네 삼촌과 시골 장날 천 원에 두 권씩 안겨주던 좌판서 책 팔던 아저씨도 내겐 행운이라 할 정도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아직도 책을 좋아하고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보면 그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