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친구’들과 목포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같은 취미를 나누고, 같은 배움의 여정 위에 선 사람들이 만나니 여행의 풍경도 조금 달랐다.
동그랗게 앉아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인생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각자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친구들의 대답은 다채로웠다.
‘자유’, ‘책임’, ‘신앙’, ‘자립’.
각자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이야기로 드러났다.
참 신기했다.
물론 단편적이긴 했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들의 삶이 단어 하나로
찰떡처럼 응축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나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내 인생의 마지막 퍼즐은 무엇인가.
망설임 없이 ‘사랑’이라고 말해버렸다.
어릴 적 나는 모범 학생이었다.
노는 게 재밌을 나이에 어린 소녀가 책을 파고 또 팠던 이유는 하나였다.
부모님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부모님을 존경했고, 사랑했다.
청춘의 나는 ‘그’의 옆에서 당당하고 싶었다.
함께 인생을 가꾸는 꿈을 가졌고, 그 꿈을 키웠다.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다.
내가 하늘이고 우주인 생명들을 잘 책임지고 싶었다.
잘 먹이고 싶었고, 예쁜 걸 입히고 싶은 마음.
어미가 되고 보니
사랑이라고 하는 것들이
좀 위대하다고 느꼈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들이 생기고 나니
나도, 내 삶도 귀중해졌다.
까르르 웃는 딸들을 보며 ‘행복’의 실체가 어렴풋이 잡히는 것만도 같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랑의 품도 점점 넓어져 갔다.
세상의 모든 아들딸들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렇게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고,
나는 ‘사랑을 보여주는 교사’가 되었다.
지금 돌아보니 내 인생 최고의 가치는 결국 딸들이 선물해 주었다.
어릴 적의 나는 부모님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던 아이였고,
청춘의 나는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쟁취하고 지키려 애쓰던 사랑은 조금씩 달라졌다.
나를 채우던 그것은 어느새 넘쳐,
지금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흘러간다.
내 인생의 마지막 퍼즐
사랑이다.
어쩌면 내 것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이다.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온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따뜻하게 하는 그 순간만으로 충분한 무엇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나.’
‘그래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삶의 종착역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 묘비명을 미리 적어본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한
따뜻한 사람
여기 영원히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