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여름방학 끝에 만난 아이들.
콩나물 자라듯 쑥 컸다.
교실문을 쭈뼛쭈뼛 거리며 들어서다가
친구들을 보고는 이내 표정이 환해진다.
“선생님, 저 앞니 빠졌어요!”
히~ 웃으며 씩 웃는다.
-아이고, 귀여워.
“선생님, 방학숙제 진짜 열심히 했어요.”
가방 열고 과제물 바리바리 챙겨서 들고 나오는 아이들.
-예쁜 녀석들.
교실로 들어서던 **가 갑자기 품에 안긴다.
“왜? **, 선생님 보니 반가워서 그래?”
“선생님, 방학숙제를 거의 못했어요.”
어젯밤 혼날까 걱정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잠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괜찮아. 대신 학교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해.
“여러분 여름방학 즐거웠나요?
선생님 보고 싶어서 운 친구는 없나요?”
“네~~!!!”
우렁찬 대답 소리로 비어있던 교실이 살아 춤춘다.
1학년 1학기가 유치원생을 초등학교에 적응시키느라
아이도 교사도 폭풍 속을 헤매는 시간이라면
2학기는 이제 학교에 적응해가는 안정기라 한다.
아이들과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하교 후 돌봄, 공부방, 키움센터, 학원으로 바로 가는 아이들이
앞으로 달려 나오며 걱정한다.
“선생님, 엄마가 늦게 오셔서 오늘 컴퓨터 과제 못하는데요.”
“걱정 마, 너희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줄게.
엄마 신경 쓰지 않으시게 스스로 해야 해.”
“휴~”
그제야 마음이 놓이나 보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엄마 아빠를 걱정하고 사랑한다.
개학 첫 주는 아이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방학 때 한 껏 늘어진 생활습관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도
지각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 집중도 잘 해냈다.
정작 교사인 내가 아직 적응을 못해서 정상 컨디션을 못 찾고 있다.
바쁜 일정에 끌려다니며 마음에 여유가 없어 아이들도 자세히 못 들여다봤다.
반성한다.
선생님 도와주겠다며 매일 아침 일찍 오는 **.
첫날부터 그림과 편지를 써서 수줍게 내민 **,
고래 지우개 선생님 쓰라며 교탁에 냅다 주며 도망간 **.
숙제 대신 하트 초콜릿으로 선생님을 무너뜨린 **,
남아서 교실 청소하겠다며 밀대로 휘젓고 다니는 **,**,
속상한 친구에게 자기가 받은 과자 하나 나눠줘도 되냐고 묻는 **,
'콩나물' 영화 보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보고 싶다는 **,
'수박 수영장'처럼 상상하면 다 이뤄진다는 **,
선생님도 돌잔치 못해서 슬프냐고 물어봐주는 **,
우리 책상은 좁은데 선생님은 넓은 책상 가져서 좋겠다는 **,
급식시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엄지 척해주는 **,
게임에서 세 판 내리 폭탄 맞고 결국 울면서 심통 부린 **.
이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내게 감동을 선사해주는 아이들이다.
2학기에는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