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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Sep 10. 2024

그대, 걱정하지 말아요

“개학하고 힘들어요. 공부가 너무 많아요.”

2주 만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진다.

국어도 문장 쓰기에 들어갔고 수학도 문장제 문제가 많다 보니

학습량이 급증했다.

소고 수업과 아르떼(무용), 그리고 독서프로그램이

고정으로 주마다 배정되어 있어

중요 교과수업 진도 맞추기에 급급하게 된다.


화장실만 다녀오던 쉬는 시간을 10분 정도 줘봤다.

친해진 친구와 몸싸움이 늘고 자꾸만 엉킨다.

‘땡!!’

“에이~ 이러면 쉬는 시간을 줄 수가 없지.

약속을 지키면서 차분히 쉬어야 온전히 휴식을 다 누릴 수 있어.”

“기회를 한 번 더 주세요.”

눈치도 제법 늘었다.

혼자서 그림 그리며 점토를 조몰락거리며

친구랑 소곤거리며 

“약속을 지켜야 쉴 수 있어.” 저희들끼리 단속한다. 

수업시간,

방학의 후유증이 큰지 자꾸만 산만해지는 아이들.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다.

수학 100까지의 수를 배우며 눈치게임으로 숫자 읽는 법을 연습한다.

“일흔여덟의 1 큰 수와 1 작은 수 중에 골라봐요.”

“일흔아홉”

“일흔일곱”

선생님의 선택은?

일흔아홉!!

와!,

아~~

탄성과 탄식이 동시에 터진다.

짝수와 홀수를 배우면서 도둑 잡기 놀이도 해본다.

카드게임을 해본 아이들은 역시 쉽게 배운다.

"우리 모둠은 도둑이 하나도 없어요."

"에이 우린 도둑이 3개나 있었는데."

국어시간 책 제목 맞히기 청백 대결에서는

확실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런 게임을 하면서 책 보는 것에 관심이 늘었으면 좋겠다.

가을 ‘이웃’을 배우면서 버스 타기 놀이도 했다.

운전사 역할을 서로 하고 싶어 안달이다.

“어서 타세요.”

“버스카드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딱 세 마디가 대사인데 빵빵!! 소리까지 내며 난리다.

교실은 소란스러워도 아이들은 신난다.

약간의 난리통만 참으면 아이들은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일주일 열심히 공부한 대가로 무용실에 가서 놀이시간도 가졌다.

카드 뒤집기 놀이, 무궁한 꽃이 피었습니다.

승부욕 강한 아이 둘이 충돌한다.

가위바위보를 얼른 바꾸는 아이도 보인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을 지켜야 의미 있는 승리야.”

한바탕 뛰고 내려오는 길.

“선생님, 너무 재밌었어요.”

주머니에서 젤리 하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들어가는 **.**.


“선생님 2학기 끝나고 어쩌면 이사 갈지도 몰라요.”

가만히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거는 **.

또래보다 조숙하고 차분한 녀석이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눈치다.

“왜?”

“아빠 출근길이 너무 멀대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한다.

엄마의 걱정거리를 고대로 내게 전달한다.

“아이고 우리 **이가 이것저것 걱정되는구나.

그런데 그건 부모님의 문제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대신 전학 갈 때까지 선생님과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자.

예쁜 **가 선생님하고 1학년은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타고난 성정이라는 것이 있다.

두 딸을 키우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시장에 갈 때면 한 놈은 물건을 살 때마다

엄마 지갑 속 돈이 얼마나 남았나를 걱정해서

아무것도 못 사고

또 다른 한 놈은

보는 대로 사달라고 떼를 썼다.

왜 그렇게 다를까 참 의아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나온 기질이고 성격이었다. 

그냥 받아들여만 하는 거였는데 참 바꿔보려 무던히 애를 썼다. 

성인이 된 지금도 두 딸은 참 다르다.

한 놈은 늘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에 관심이 많고

걱정이 많다.

학업 틈틈이 알바를 하고 이것저것 장학금을 신청한다.

또 한 놈은 여전히 해 달라는 것이 많다.

지금도 생일날 받을 선물 목록을 빼곡히 들이밀고 있다.

누가 예쁘냐고?

그런 건 없다. 

큰아이 어깨의 짐이 무거울까 걱정이 되면서도 그 고운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작은아이의 해맑은 모습은 나를 온전히 부모로 느낄 수 있게 해줘 기쁘다. 

모든 아이가 배려하고 공감하는 착한 아이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때론 좀 더 자기 걸 야무지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도 있어야 함을

세상을 좀 많이 살아보니 알겠다.


엄마 아빠 걱정하는 우리 반 **이

마음씨가 예뻐 한참을 들여다봤다. 

“주말에 할머니 집에 가요. 받아쓰기 급수 표 챙겨주세요.”

“받아쓰기 저는 덜 썼는데 집에 가서 마저 쓸게요.”

“물통에 물 다 떨어졌는데 이따가 돌봄 가서 채울게요.”

이젠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믿고 기다려주기......

자꾸 또 되뇐다.

“선생님, 주말에 망원동 가요. 선생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응~~ 너희들도 주말 잘 보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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