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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Oct 02. 2024

아이들도 여무는 가을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월요일 1교시 체육관.

발목 줄넘기를 도전해 본다.

시범을 보여주니 “어려울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해요?”난감한 표정이다.

원리를 설명하고 방법을 알려주니

“일단 해볼게요.”

박자 맞춰가며 발목에 걸어 뛰어보는데 아주 난리가 났다.

어떤 과업을 제시받았을 때 아이들의 모습.

1. 될 때까지 도전!. 땀을 뻘뻘 흘리며 돌리고 또 돌린다.(노력형)

2. 주위(선생님과 친구들)를 관찰한다. 그리고 조심스레이 해본다. (신중형)

3. 연습하다 안되면 달려온다. “안 돼요. 아무리 해도 안 돼요.”피드백을 요구한다. (소통형)

4. 몇 번 해보다  “전 안 해요. 못해요.”(완벽형? 아니 어쩌면 소심형)

교사가 관심을 기울일 아이들은 3,4번의 경우다. 

3번의 경우엔 차분한 안내를, 4번의 경우엔 격려와 용기가 필요하다.

몇몇 아이들이 성공한다.

일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나도 해보자’ 의욕을 불태우는 아이도 있지만 초조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특히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힘들어한다.

1. 성공한 친구를 가만히 지켜보며 따라 해 본다.( 신중형)

2. 친구야, 나 좀 도와줘. 이렇게 하는 거야? (소통형)

3. 안 돼요. 난 안 돼요.(초조형)

4. “안 해요.” 화를 내며 줄넘기 집어던진다.

3번과 4번에게 가만히 다가간다.

“힘들지? 이게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한 번에 잘 되지는 않아. 선생님 따라서 함 해볼래?”

몇몇 아이들은 다시 도전,

입 다물고 구석으로 더 숨어드는 녀석도 있다.(이 아이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교실에 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본다.

“성공한 친구들 처음부터 성공했나요?”

“아니요. 잘 안 됐는데 자꾸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됐어요.

그러니까 아주 재밌어요. 불도 번쩍번쩍 들어오고.”

어려울 것 같다고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한다는 말을 들려주며

너희들이 걸음마할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수영 배울 때도 똑같았다는 말을 해본다.

“다음 주에 또 도전해 볼래요.”

“그래~~ 그래~그때는 안 돼도 짜증 내기 없기야. 포기하기 없기야.” 


#알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국어시간에 모양과 소리 흉내 내는 말을 배우고 있다.

노래를 부르며, 동시를 읽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어휘를 배웠다.

흉내 내는 말과 그림 짝을 찾아 교실을 휘저으며 돌아다녀보고

둘씩 짝 맞춰 카드로 몸짓 퀴즈도 내본다.

움직이기만 하면 재밌고 신나는지 아주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 넘친다.

글씨로도 써보고 소리 외쳐 읽어본다.

-‘동생이 웃는다’ ‘동생이 깔깔 웃는다’ 뭐가 다를까?

“재밌어요.”

“진짜 웃는 것 같이 실감 나요.”

“확실해요!!”

확실하다고? 맞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지??

급식 먹으러 가는 길,

**가 가만히 귓가에 속삭인다.

“선생님, 오늘 오후에 놀이터에 친구들과 놀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는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친다.

“선생님, 하늘 봐요.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어요.”

교실 너머 파란 하늘에 구름이 예쁘다.


#통닭 팔아요입에 살살 녹는 통닭 있어요.

가을 시간, 나눔 장터를 못해서 ‘심부름 놀이’로 대신했다.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가게를 정해 간판을 먼저 꾸몄다.

강아지 카페, 똥 백화점, 에메랄드 옷가게, 달콤 빵집,

포도 병원, 맛있는 사탕가게, 슈퍼 시현 병원, 연우 슈퍼,

민채 빵가게, 딸기 약국, 우리에 미용실, 문어 박물관,

예준 마트, 라테 카페, 사탕 미용실, 맛있는 통닭집...

온갖 상점들이 다 등장했다.

-자, 어떤 가게가 있는지 홍보해 주세요.

-선생님, 홍보가 뭐예요? 


두 명이서 약국과 병원을 한 층에 있다고 편할 거니 우리 병원, 우리 약국 오란다.

마스크 꼭 써야 입장 가능하다고 엄포도 놓고,

직원이 모두 친절하니 믿고 들어오란다.

1+1 행사도 등장했다.

엄마 아빠 따라다니며 많이도 보고 주워 들었다.

이제 심부름시키자.

-**야,

마트 가서 파사고

카페 가서 커피 한잔 사고

박물관 가서 놀다 오렴.

엄마의 심부름 목록을 써본다.

엄마 말투가 그대로 드러난다.

친구들의 심부름 카드를 뽑아서 미션 도전!

3군데 들러 물건 사고 사인받느라 교실은 북적북적.

서로 웃고 떠들고 얼굴에 웃음 한가득이다. 

이웃과 함께 했던 즐거웠던 순간을 얘기해 보라

“그런 경험 없는데요.”

친구네랑 놀러 간 적도, 함께 어울린 적도 없단다.

세상이 변했다.

선생님, 어렸을 적 

어울려 놀았던 이야기를 해주며

너희들도 함께 하면 더 재밌다고 말해준다.


#괜히 했어. 괜히 했어.

설날과 추석을 잘 구분 못해서 먼저 명절에 대해서 알아본다.

벌초, 성묘, 차례, 조상 등 어휘부터가 낯설다.

“왜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음식을 드려요? 드시지도 못하는데요? ”

“음~~ 옛날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모든 일을 할 때 항상

조상들이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도와준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감사를 표시하는 거야.  ”

“결국 음식은 우리가 다 먹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기억하며 얘기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인 거지.”

추석빔, 설빔을 얘기하며 한복 꾸미기에 앞서 옷감 짜기에 도전한다.

색종이로 씨실과 날실을 만들고 서로 엇갈려 만들어본다.

아이고야.

2시간 동안 아주 난리법석이었다.

-못하겠어요. 이거 맞아요? 이상해요. 도와주세요.

풀이 안 붙어요. 종이가 많이 남아요. 종이 찢어졌어요.......

-알았다. 도와줄게. 기다려.

‘내 몸이 21개였으면 좋겠다.’

속으로 수도 없이 중얼거렸다.

‘미쳤지,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 그냥 색칠할걸.  내가 미쳤다. 미쳤어’ 

#그림책으로 알아가는 나의 감정

2학기에는 10회 독서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림책으로 알아가는 감정 수업’ 주제가 좋아서 선택했다.

강사 선생님이 동화구연에 능숙한 선생님이셔서 나도 배울 점이 많다.

첫 수업 시간.

내 시간에는 못 보던 아이들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

발표시켜주지 않았다고 삐치고, 엎드리고, 손장난 하고, 목소리가 커지고,

수시로 고개 돌려 내 눈치를 봐가며 딴짓하고...

아이들 자세 바로 잡아주고, 흥분한 아이 데리고 나가서 진정시켜 주고..

‘휴~~~ 차라리 내가 수업하는 게 낫지’

그래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과 공부하니 좋은지

분위기는 한껏 들뜨고 신나 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 알아보고 표현하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건강한 소통을 해가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선생님 안마해 줄게요.

작년 제자들이 식당에서 마주칠 때마다 아는 척을 한다.

고학년이 된 제자들도 이따금씩 찾아와 선물들을 두고 갈 때가 있다.

그게 인상 깊었던지

**가 외친다.

“선생님, 저도 내년에 선생님 찾아올게요.”

“어쩌냐, 선생님 내년엔 여기 없는데. 다른 학교로 가야 하는데.”

왜요? 안 가면 안 돼요? 쏟아지는 질문 공세.

쉬는 시간.

뜬금없이**가 내 어깨를 주무르고 두드린다.

“선생님, 내년에 못 보니까 지금 안마해 줄게요.”

“선생님, 난 젤리 싫어해서 안 먹어요. 선생님 드세요.”

“토끼 그림 그렸는데 선생님 드릴게요.”

갑자기 애정표현. 

싫지 않다.

가을, 아이들도 나도 이렇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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